선발과 불펜을 수시로 오가는 예측불허의 일정 속에서도 최고의 투구를 펼치며 승리의 주역이 된 최승용(21·두산 베어스). 날마다 바뀌는 스케줄과 루틴에 불만이 생길 법도 했지만 그는 “제 활용가치가 그만큼 높습니다”라는 긍정의 힘을 발휘했다.
최승용은 지난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와의 시즌 5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5피안타 1볼넷 5탈삼진 1실점 호투로 시즌 2승(3패)째를 챙겼다. 팀의 2연승을 이끈 대체 선발의 값진 호투였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피칭이었다. 최고 145Km의 직구 아래 슬라이더, 포크볼, 커브 등을 적재적소에 곁들였고, 안정적인 제구력을 바탕으로 이상적인 스트라이크(56개)-볼(24개) 비율을 기록했다. 잠실구장에 만원관중이 들어찬 가운데 묵묵히 자신의 공을 던지며 호랑이 타선을 1실점 봉쇄했다.
최승용은 경기 후 “(양)의지 선배님이 사인을 내주시는 대로 적절하게 던졌다. 경기 초반 제구가 조금 흔들렸지만 점점 갈수록 잡혔다”라며 “투구폼에서 킥 동작을 멈추는 걸 바꿨는데 그렇게 했더니 아무래도 제구력이 좋아진 느낌이다”라고 호투 비결을 밝혔다.
원래 이날 선발은 최승용이 아닌 곽빈이었다. 그러나 곽빈이 지난 7일 LG전에서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말소됐고, 이에 불펜에 있던 최승용이 대체 선발로 낙점됐다.
프로 3년차를 맞아 개막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된 최승용은 5월 외국인투수 딜런 파일의 부상 복귀와 함께 불펜으로 이동했지만 다시 일시적으로 선발 보직을 담당하게 됐다. 최승용은 신인 시절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선발, 롱릴리프, 필승조, 추격조 등 다양한 임무를 맡고 있다.
정작 당사자는 덤덤했다. 최승용은 “(13일 선발 등판은) 사실 어떻게 보면 한 턴을 거른 거라서 크게 상관없었다. 팀이 원하는 위치에서 하는 게 맞고, 어떻게 보면 그만큼 내 활용가치가 높다고 생각한다”라며 “물론 맡고 싶은 보직은 선발이지만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좋게 이야기를 잘 해주셔서 보직 변경에 크게 개의치는 않았다”라고 성숙한 마인드를 뽐냈다.
2군에서 재활 중인 곽빈과 나눈 이야기도 공개했다. 최승용은 “(곽)빈이 형이 자기가 1군에 못 올라오는 거 아니냐고 하더라. 내가 빨리 나아서 오라고 해줬다”라고 말하며 밝게 웃었다. 곽빈의 자리를 차지하고 싶은 욕심이 있냐는 질문에는 “빈이 형이 돌아오면 그 때 팀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라고 답했다.
올 시즌 목표을 밝힐 때도 팀퍼스트 정신이 느껴졌다. 최승용은 “선발, 불펜을 오가는 건 전혀 부담이 없다. 그만큼 팀에 도움이 많이 되는 것이다. 선발이든 불펜이든 팀이 원하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고, 올해는 꼭 가을야구에 가고 싶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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