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혜성처럼 등장해 쉼 없이 달려온 정철원(24·두산)이 이승엽 감독의 특별 관리를 받는다.
지난 13일 잠실 KIA전에서 만난 두산 이승엽 감독은 셋업맨 정철원의 체력 안배 플랜을 밝혔다. 이 감독은 “사실 정철원 선수가 무리를 했죠. 많이 무리를 했다”라고 반복하며 “투구 이닝이 경기수에 비해 많은 느낌이다. 아무래도 피로가 있지 않을까 싶다. 조절을 해줘야할 시기가 왔다”라고 말했다.
2018 신인드래프트서 두산 2차 2라운드로 뽑힌 정철원은 현역 군 복무를 거쳐 지난해 5월 1군 데뷔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150km가 넘는 돌직구를 가운데에 뿌리며 단기간에 필승조 한 자리를 꿰찼고, 이는 데뷔 시즌 최다 홀드(23홀드) 신기록으로 이어졌다. 정철원은 이에 힘입어 KBO 시상식에서 생애 단 한 번뿐인 신인왕의 영예를 안았다.
정철원은 지난해 이른바 ‘김태형의 남자’로 불리며 데뷔 시즌이 무색하게 72⅔이닝을 소화하는 투혼을 펼쳤다. 승부처, 접전 상황마다 호출을 받으며 KT 김민수(80⅔이닝), 두산 김명신(79⅔이닝)에 이어 구원투수 최다 이닝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로 인해 후반기 한때 혹사 논란의 중심에 섰고, 부상을 향한 우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정철원은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승선해서도 혹사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김원중, 원태인과 함께 이강철호의 ‘애니콜’로 자리매김하며 일주일에 무려 5경기를 뛰어야 했다. 2023시즌 체력 과부하와 2년차 징크스를 함께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정철원의 올 시즌 성적은 18경기 3승 1패 5홀드 평균자책점 2.79. 준수한 기록이지만 최근 7경기로 기간을 한정하면 평균자책점이 6.35로 치솟는다. 4월 말 들어 체력 과부하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지난 12일 잠실 KIA전에서 ⅔이닝 1피안타(1피홈런) 1볼넷 1실점으로 한 이닝을 온전히 책임지지 못했다. 구속, 구위 모두 작년 정철원의 모습이 아니었다. 정철원은 14일 현재 KIA 임기영(21⅔이닝)에 이어 불펜 최다 이닝 2위(19⅓이닝)에 올라 있다.
다행히 사령탑 또한 이상 징후를 감지했고, 코칭스태프와의 상의 끝 대책을 내놨다. 정철원이 제 컨디션을 되찾을 때까지 관리하겠다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전략이었다. 이 감독은 “정철원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우리 불펜진이 탄탄해진다. 반대로 정철원이 KIA전 같이 무너지면 힘들어진다. 정철원이 제 컨디션을 찾을 수 있도록 관리를 해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일단 정철원은 13일 잠실 KIA전에서는 벤치에서 충분한 휴식을 가졌다.
그러나 관리를 받는다고 해서 당분간 승부처 상황에서 배제한다는 뜻은 아니다. 정철원은 두산 불펜에서 홍건희와 함께 가장 날카로운 구위를 지니고 있다. 이 감독은 “정철원은 우리 팀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마무리투수도 중요하지만 마무리투수까지 가는 과정도 굉장히 중요하다. 정철원이 그 역할을 굉장히 잘해주고 있다”라고 굳건한 신뢰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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