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투수 김상수(35)가 방출 설움을 딛고 재기에 성공하고 있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방출된 김상수는 은퇴 고민도 진지하게 했다. 주위 조언으로 ‘1년만 더 해보자’는 마음으로 롯데에서 새로운 출발을 했다. 롯데 불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김상수는 12일 수원 KT전에서 1-1 동점인 8회 마운드에 올랐다. 알포드, 문상철 중심타자를 잇따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알포드는 141km 직구로 헛스윙, 문상철은 141km 직구가 바깥쪽에 꽉 찼다. 2사 후 김상수에게 안타를 맞았으나, 홍현빈을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하고 무실점으로 막았다.
앞서 11일 사직 두산전에서 연장 10회에 등판 1이닝 무실점으로 막고 구원승을 거둔데 이어 2경기 연속 등판이었다. 김상수는 올 시즌 18경기에서 3승 1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1.98을 기록하고 있다. 방출 이적생으로 기대 이상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김상수는 2020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었다. 키움과 계약기간 3년(2+1년) 계약금 4억원, 연봉 3억원, 옵션 1억 5000만원(+1년 충족시 계약금 1억원 추가) 등 총액 15억 5000만원에 FA 계약을 하고서 SK(현 SSG)로 사인&트레이드가 됐다. 김상수는 SK로 이적했고, 키움은 SK로부터 3억원과 2022 신인드래프트 지명권(2차 4라운드)을 받았다.
김상수는 SSG에서 2년간 이렇다할 활약을 하지 못했다. 2021년에는 50경기에 출장해 4승 3패 6세이브 5홀드를 기록했는데, 평균자책점이 5.09로 높았다. 2022년에는 1군에서 단 8경기 출장해 1세이브 평균자책점 9.00으로 부진했다. 시즌 후 방출.
김상수는 당시를 떠올리며 “은퇴 고민도 많이 했다. 힘들다. 너무 버겁다. 17년 선수 생활을 하고서 몸은 아픈 곳이 없는데, 마음적으로 힘들더라. 가족들도 힘들어 하니까…”라고 말했다.
주위 조언에 힘을 얻었다고 한다. 그는 “주위에 많은 지도자분들과 그동안의 스승님들께서, 선배들까지…주원이형, 택근이형, 병호형 등 같이 했던 선배들이 ‘딱 1년만 너를 원하는 팀에 가서 야구를 한번 해봐라. 다른 것이 보일 거다’는 말들을 해줬다. 고민하다가 그만뒀을 때 많은 여러 분(팀)들이 찾아주셔서 아직은 내가 필요한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진짜 1년만 한번 열심히 해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SSG에서의 실패, 시련이 결과적으로 재기에 도움이 됐다. 김상수는 “FA 계약을 하고 SSG에서 정말 잘하고 싶었는데, 오히려 시련을 주더라. 야구 그만해야 하나 이랬는데, 잘 참고 버텼기에 지금 이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냥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회는 선수가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SSG에서 기회를 받고 안 받고를 떠나 내가 못했다. 그런 일을 겪으면서 마음가짐이 달라졌고, 좀 더 성숙해진 것 같고, 더 좋은 멘탈로 야구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에 와서 특별하게 달라진 비결은 없다. 직구 구속은 140km 초중반, 포크볼을 주무기로 구사한다.김상수는 “안 될 때는 이유가 없더라. 뭘 해도, 아무리 열심히 해도, 새벽에 일어나서 운동하고 별짓을 해도 안 되더라. 그 시간을 잘 버티고 꾸준히 하니까 잘 될 때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 유니폼을 입고서 시즌이 한 달이 지났다. 김상수는 "그냥 야구 하고 있는 게 너무 즐겁고, 동료들이 너무 잘해줘서, 코치님 감독님이 좋은 환경을 계속 만들어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불펜에서 고참으로 후배들도 이끌고 있다. 그는 "내 자리에서 일단은 점수를 안 주고 계속 막아주는 게 첫 번째고, 두 번째는 불펜 투수들이 잘할 수 있게끔 옆에서 도와주고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역할이다. 그런 것에 좀 신경쓰고 똘똘 잘 뭉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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