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문제, 수베로 감독님께 죄송..." 손혁 단장도 책임 통감한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3.05.13 05: 00

성적 부진이 감독 혼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프런트의 수장도 책임을 깊이 통감하고 있다. 
한화가 지난 11일 카를로스 수베로(51) 전 감독을 경질하면서 구단을 향한 비판 여론도 거세게 일고 있다. 한화 리빌딩 사명을 안고 한국에 온 수베로 감독은 지난 2년간 10위로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고, 올해도 경질 시점까지 9위(11승19패1무 .367)에 그쳤다. 
지난 겨울 FA 및 트레이드로 전력을 보강하며 '이기는 야구'로의 전환에 초점을 맞춘 구단과 육성 전문가인 수베로 감독의 방향이 더 이상 일치하지 않았다. 시즌 초반부터 투수 교체 실패로 경기 후반 역전패를 반복하며 순위 싸움에서 밀려났고, 야수진도 공수에서 고정 포지션이나 라인업 없이 실험적 운영이 이어졌다. 

한화 수베로 전 감독과 손혁 단장. 2023.04.01 / soul1014@osen.co.kr

5월 들어 상승세를 타며 탈꼴찌에 성공했지만 4월말 연패 기간부터 구단은 감독 교체를 논의했고, 최원호 신임 감독 선임 절차까지 시간이 걸리면서 11일 오후 그룹의 최종 재가가 떨어졌다. 부득이하게 11일 경기 종료 후 수베로 감독에게 계약 해지 사실을 알렸다. 박찬혁 대표이사가 직접 감독실을 찾았다. 
손혁(50) 단장도 이 자리에 함께했다. 손혁 단장은 “지난해부터 (감독 교체) 고민을 했었고, 연패 기간 중에 다시 논의했다. 경기를 이기고 나서 결정을 알리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결정이 된 이상 뒤에서 이런저런 말이 나오는 것보다 직접 바로 얘기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 그렇게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손 단장은 “수베로 감독님께 죄송한 부분이 있다. 스미스가 개막하자마자 부상으로 이탈하고, 오그레디가 계속 부진하면서 팀 전력이 많이 약화된 게 사실이다. 그 부분에 대해선 감독님께 진짜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외국인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을 자책했다. 
선수 풀이 넓지 않고, 이동도 제한적인 KBO리그에선 외국인 선수 3명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외국인 선수 계약은 프런트 영역으로 팀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 업무다. 그러나 올해 한화가 1선발로 낙점한 버치 스미스는 어깨 통증을 이유로 개막전 2⅔이닝 60구 만에 방출됐고, 거포로 기대한 브라이언 오그레디도 1할대(.127) 타율로 극심한 부진을 보였다. 이 부분에 있어 손 단장도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8회말 1사 2,3루에서 한화 오그레디가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날리고 더그아웃에서 수베로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과 기뻐하고 있다. 2023.04.07 /jpnews@osen.co.kr
스미스를 빠르게 방출하고 대체 외국인 투수로 리카르도 산체스를 영입한 손 단장은 “시간을 두고 대체 선수를 찾으면 후보가 점점 더 나온다. 하지만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 선발이 버티지 못하고 일찍 무너지면 불펜도 과부하가 걸린다. 우리 팀은 내년과 후년이 정말 중요한데 빨리 와서 5~6이닝 꾸준히 던져줄 수 있는 외국인 투수가 필요했다. 앞으로 봐야겠지만 산체스가 데뷔전에서 나쁘지 않은 투구를 했다”며 “오그레디도 조금 더 보겠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신속하게 움직이려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는 새 야구장이 개장하는 2025년을 승부의 해로 보고 준비하고 있다. 이제 1년 반 시간이 남았는데 그 사이 투타에서 확실한 구성이 갖춰져야 경쟁력 있는 팀으로 싸울 수 있다. 손 단장은 “(수베로 감독으로 계속 갔다면) 내년에 새 감독이 처음부터 팀을 세팅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었다. 이제 우리는 타순이나 불펜 보직이 어느 정도는 세팅이 돼야 한다. 수베로 감독님께선 여러 선수들로 더 다양하게 해보고 싶으신 부분이 있었다”며 구단 방향과 감독 운영이 달랐다고 설명했다. 
1회초 한화 수베로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23.04.08 /jpnews@osen.co.kr
비록 계약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하차했지만 수베로 감독의 노고는 인정받아야 한다. 지난해 전력 강화 코디네이터 때부터 2년간 수베로 감독을 지켜본 손 단장은 “어떤 감독이 왔어도 못 버틸 어려운 자리를 맡으셔서 2년간 꿋꿋하게 좋은 역할을 해주셨다. 소신 있게 리빌딩하셨고, 선수들을 많이 관리해줬다. 한 베이스 더 가는 주루도 이식시켜줬다. 이런 부분들을 앞으로도 우리가 잘 이어나가야 한다”며 수베로 감독이 남긴 유산을 잊지 않았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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