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지난 11일 카를로스 수베로(51) 감독을 전격 경질하면서 그와 함께 온 외국인 코치들도 짐을 쌌다. 3년간 수베로 감독 곁을 지킨 호세 로사도(49) 투수코치, 대럴 케네디(54) 작전·주루코치도 갑작스런 이별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팀을 떠났다.
케네디 코치는 12일 자신의 SNS를 통해 한글로 ‘한화 이글스 팬 여러분, 지난 2년간 팬 여러분 성원에 정말 감사드립니다’라며 한화 팬들을 향해 작별 메시지를 남겼다.
케네디 코치는 ‘한화팬 여러분께서는 경기 결과에 상관 없이 항상 저희 한화 이글스를 응원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이 그리울 것입니다’라며 ‘대한민국 사랑합니다! 또 뵙겠습니다!’라고 다음을 기약했다.
미국 마이너리그 감독 21년 경력을 자랑하는 케네디 코치는 수베로 감독의 요청을 받아 2021년 수석코치로 한화에 왔다. 그러나 그해 4월7일 시즌 중 모친상을 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당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로 입국시 2주 격리 기간이 있었고, 케네디 코치는 고심 끝에 미국에 가지 않고 한국에 남았다. 케네디 코치는 “어머니 생각으로 많이 힘들었지만 오고 가는 시간을 감안해 팀에 남기로 했다”며 남다른 직업 정신을 발휘했다.
미국의 가족 문화상 쉽지 않은 결정이었고, 케네디 코치는 온라인 장례식으로 어머니와 작별했다. 한화뿐만 아니라 나머지 KBO리그 9개 구단 코칭스태프가 조의금을 모아 케네디 코치에게 전달하며 위로했다. 따뜻한 한국 문화에 케네디 코치도 큰 감동을 받았다고. 케네디 코치의 아내도 한국 드라마 마니아로 한국 생활에 무척 만족해했다.
지난해에는 수베로 감독이 고국 베네수엘라 현지 사정으로 여권 배송이 지연되면서 거제 1차 스프링캠프를 케네디 코치가 지휘했다. 아울러 수석코치에서 작전·주루코치로 보직을 이동, 3루 베이스로 향했다. 마이너리그 감독 시절 3루 베이스코치도 자주 겸업했는데 선수들과 더 깊게 소통하며 장기를 살리기 위해 보직 이동을 요청했다.
선수들에게 한 베이스 더 가는 공격적인 주루를 주문한 케네디 코치는 올해까지 3루 베이스코치로 큰 실수 없이 주자들을 돌리고 멈춰 세웠다. 지난달 19일 대전 두산전에선 8회 1사 만루 노수광의 중견수 희생플라이 때 후속 동작이 어려운 상대 수비 움직임을 보고 과감하게 팔을 돌려 2루 주자 유상빈이 3루를 지나 홈까지 들어왔다. KBO리그 역대 8번째 희생플라이 2타점 진기록. 수베로 감독도 “케네디 코치의 빠른 판단으로 추가점을 낼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한편 수베로 감독은 경질 다음날인 지난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감독실에서 짐을 정리했다. 한국에서 함께 지낸 아내와 함께 13일 오후 2시30분 인천국제공항(KE0017편)을 통해 자택이 있는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로 출국한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