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덕분에 1승 했다.”
롯데는 지난 11일 사직 두산전, 노진혁의 극적인 끝내기 2루타로 승리를 거뒀다. 4월 MVP 나균안이 5이닝 4실점으로 다소 부진했지만 타선의 집중력으로 뒷심을 발휘했고 실책으로 동점을 내줬지만 결국 연장 10회 끝내기 승리를 완성했다.
경기 요소요소에 주역들이 등장했지만 백업 포수 정보근(24)의 역할도 간과할 수 없었다. 주전 유강남이 6회말 대주자 안권수로 교체된 상황이었고 7회초 수비부터 정보근이 마스크를 썼다. 6-5로 앞서고 있는 8회초 실책으로 동점을 헌납했다. 자칫 경기 분위기가 다운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경기는 계속 진행됐다.
9회초에는 마무리 김원중이 첫 2개의 아웃카운트를 쉽게 처리했다. 그러나 2사 후 양석환에게 볼넷을 내줬다. 2사 후였지만 주자가 나가는 것 자체만으로도 위협적인 상황이었다. 두산은 양석환을 빼고 빠른 대주자 전민재를 투입했다. 2루 도루를 하겠다는 사실상의 선전포고였다.
그러나 안방의 정보근은 이를 좌시하지 않았다. 허경민 타석 3볼 1스트라이크에서 전민재는 뛰었다. 5구 째가 스트라이크로 꽂혔고 정보근은 빠른 송구 동작으로 2루에 송구했다. 베이스 커버를 들어온 유격수 노진혁에게 낮고 빠르게 깔렸고 슬라이딩 해서 들어오는 전민재를 기다리면서 태그아웃 시켰다. 정보근의 도루 저지로 위기가 확산되지 않고 9회초가 정리됐다.
9회말 득점을 뽑지 못했지만 결국 10회말 끝내기 득점에 성공했다. 정보근의 도루 저지도 결국 값진 1승의 발판을 만든 모멘텀 중 하나였다.
끝내기 승리 후 화기애애했던 롯데 덕아웃이었다. 덕아웃에서 가장 늦게 장비를 정비하고 클럽하우스로 들어가는 정보근을 향해 선수들이 너나할 것 없이 칭찬했고 박수를 쳤다. “네 덕분이 1승 했다”라는 말로 정보근을 격려했다. 9회의 도루 저지가 끝내기 승리의 밑거름을 놓았다는 것을 한 마디로 표현했다.
2018년 신인드래프트 2차 9라운드 전체 83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정보근은 수비력 좋은 포수로 각광을 받았다. 특히 빠른 송구 동작과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한 도루 저지 능력이 강점으로 평가 받았다. 통산 도루저지율 3할1푼7리이고 올해는 도루저지율 5할(6번 시도/3번 저지)에 달한다. 아울러 정석보다는 순간적으로 대처하는 창의적인 볼배합도 구사하면서 코칭스태프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투수들이 선호하는 포수라는 점도 정보근의 강점이었다.
다만 통산 타율이 1할7푼4리일 정도로 타격이 약했다. 창의적인 볼배합은 때로는 역효과로 작용하기도 했고 안일함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경험이 자산인 포수에게는 치명적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그리고 그동안 마땅한 주전 포수가 없는 상황에서 정보근이 과도한 부담을 떠안은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2020년 85경기, 2022년 95경기에 나섰다.
언젠가는 주전으로 올라설 수 있겠지만 당장은 아니었다. 보호막이 필요했는데 올해 베테랑 포수 유강남이 영입됐다. 정보근은 주전이라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백업으로 돌아갔다. 백업 역할을 좋아할 선수는 없겠지만 팀적으로는 정보근만한 백업 포수가 없었다. 2018년부터 206경기 동안 쌓은 경험이 헛되지 않고 백업 자리에서 빛을 발휘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여러 선수들이 영입되고 젊은 선수들도 차츰 성장하면서 선수층이 한층 단단해졌다. 그리고 조연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 선수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하게 역할을 다해주면서 팀의 결속력도 단단해졌다. 정보근도 단단해진 롯데를 이끌어가는 명품 조연 중 한 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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