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특급 신인 김서현(19)이 트랙맨 기준으로 개인 최고 160.7km 강속구를 뿌렸다. 공교롭게도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경질된 날 자신의 최고 구속을 찍으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꿈의 100마일(160.9km)도 가까워졌다. 트랙맨 기준으로 최고 161km를 던진 팀 선배 문동주(20)와 함께 초유의 100마일 듀오 탄생이 눈앞이다.
김서현은 지난 11일 대전 삼성전에 7회 4번째 투수로 구원등판, 1이닝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한화의 4-0 승리에 힘을 보탰다.
4-0으로 앞선 7회 마운드에 오른 김서현은 7회 호세 피렐라에게 우측 2루타를 맞고 시작했다. 우익수 이진영이 정면 타구에 다이빙 캐치를 시도했지만 공을 뒤로 빠뜨리면서 2루타가 됐다. 이 공이 트랙맨 기준 160.7km로 측정됐다.
김서현 개인 최고 구속 기록이었다. 1군 데뷔전이었던 지난달 19일 대전 두산전에서 7회 이유찬 상대로 2구째 공이 160.1km를 나왔는데 그보다 0.6km 더 빠른 공이었다. KBO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 ‘PTS’ 기준으로는 158.4km로 측정됐다. 이 역시 데뷔전에서 기록한 최고 157.9km보다 0.5km 빨랐다.
빠른 공보다 더 빛난 것은 위기 관리 능력이었다. 2루타를 맞은 뒤에도 흔들리지 않고 다음 3타자를 요리했다. 오재일을 1~2구 연속 직구로 파울을 이끌어낸 뒤 3구째 몸쪼 낮은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잡아냈다.
김태군에게도 3구째 슬라이더로 2루 내야 뜬공 유도한 김서현은 김지찬을 풀카운트 승부 끝에 6구째 바깥쪽 슬라이더로 다시 한 번 헛스윙 삼진 돌려세웠다. 총 투구수 14개로 직구 9개, 슬라이더 5개 투피치 승부였다.
4점차 주자 없는 상황이라 데뷔 첫 홀드는 다음으로 미뤘지만 3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안정감을 이어간 김서현은 시즌 평균자책점도 3.38에서 3.00으로 낮췄다. 9이닝 동안 삼진 12개를 잡아냈고, 볼넷은 3개밖에 되지 않는다.
이날 경기를 마치고 한화는 수베로 감독에게 성적 부진에 책임을 물어 전격 경질했다. 수베로 감독은 경질 이틀 전이었던 지난 9일 삼성전을 앞두고 김서현에 대해 “김서현에게 조금씩 더 중책을 부여할 것이다”며 “구종이 굉장히 많은 팔색조 투수로 담대함도 있다. 보통 선수들과 다른 클로저의 심장을 지녔다. 야구에서 가장 힘든 자리 중 하나가 클로저다. 김서현은 마인드 면에서 클로저가 될 준비가 되어있다. 앞으로 우리 팀 마무리가 돼야 할 선수”라고 밝혔다.
이어 수베로 감독은 “선수 본인에게 물어보면 지금 당장도 마무리를 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할 것이다. 현재 박상원이 그 자리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김서현이 바로 마무리를 맡진 않겠지만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훗날 김서현이 좋은 마무리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신임 최원호 감독도 지난 1월 신인 캠프 기간부터 지난달 퓨처스까지 김서현을 지켜봐왔다. 최원호 감독은 김서현의 보직에 대해 “지금 당장 선발로 쓸 순 없다. 불펜으로 써야 한다”며 “본인이 워낙 불펜을 하고 싶어 한다”는 말로 장차 마무리로서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모습이었다. 전현직 감독 모두 마무리의 재능을 본 김서현이 자신의 꿈을 향해 한 걸음 더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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