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꼭 필요합니다" 군입대도 미룬 2군 4할타자…복덩이 방출생도 긴장할 수밖에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3.05.12 08: 30

“올해 꼭 필요합니다.”
롯데 구단 고위관계자는 올 시즌 초반, 선수단 운영 플랜에 2년차 외야수 윤동희(20)가 포함되어 있고 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사실 롯데는 지난해부터 윤동희의 군 입대를 준비했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국군체육부대(상무)에도 지원했다. 박세웅 한태양 조세진 추재현 이강준(현 키움)과 함께 상무 입대를 준비했다. 그런데 1차 전형은 합격했지만 최종 합격자 명단에 윤동희의 이름은 없었다. 박세웅은 입대를 포기한 것이지만 윤동희만 탈락했다. 

롯데 자이언츠 윤동희가 6회말 무사 1, 3루 1타점 우전 적시타를 치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3.05.11 / foto0307@osen.co.kr

이후 구단은 현역 등 다양한 방법으로 윤동희의 군 입대를 알아봤다. 고민했다. 당장 오는 12월에 입대해야 하는 상무 지원도 고려했다. 그러나 구단은 윤동희의 군 복무를 미뤘다. 구단 고위관계자는 “올해, 당장 윤동희가 필요하다. 우리 팀에 오른손 외야수가 신윤후를 제외하면 없다. 윤동희가 어떤 식으로든 필요하고 도움이 될 것이다”라면서 윤동희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지난해 가을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윤동희는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재활과 훈련을 병행했고 2군을 폭격했다. 10경기 타율 4할3푼6리(39타수 17안타) 1홈런 11타점 OPS 1.136의 성적을 기록하고 지난달 23일 창원 NC전을 앞두고 콜업됐다.
콜업되자마자 윤동희는 재능을 과시했다. 이날 8회초 대타로 출장한 윤동희는 우전안타로 출루했다. 이후 베테랑 마무리 이용찬을 상대로 9회 5-3 대역전극의 결승점을 만들어내는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냈다. 1군 콜업과 동시에 히어로가 됐고 9연승의 중대한 기점 역할을 했다.
이후에는 확고한 주전들에 가려서 출장 기회를 잡기 힘들었다. 이따금씩 출장하면서 2군에서의 폭발적인 기세를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기다리니 기회가 왔다. 방출생으로 올해 롯데 타선의 복덩이가 된 안권수의 팔꿈치 통증이 윤동희에게는 기회였다. 10~11일 사직 두산전에서 이틀 연속 선발 출장했고 7타수 3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11일 경기는 윤동희의 패기와 투지도 함께 확인할 수 있었다. 
6회 전준우의 우전안타와 한동희의 2루타로 만든 무사 2,3루에서 유강남의 적시타로 3-5로 따라 붙었다. 윤동희가 무사 1,3루 기회에 등장했다. 그런데 두산 박치국의 2구 째 자신이 친 파울타구가 왼쪽 무릎을 강타했다. 한동안 고통을 호소하며 나뒹굴었다. 하지만 다시 오뚝이처럼 일어서는 투혼을 보여줬다. 볼 3개를 골라내며 풀카운트 승부까지 이어갔고 6구 째 바깥쪽 145km 패스트볼을 받아쳐 우전 적시타를 때려내 사직구장을 열광케 했다. 윤동희는 포효했고 6-5 역전의 발판을 만들었다. 8회초 6-6 동점이 됐지만 결국 연장 10회 노진혁의 끝내기 2루타로 7-6 신승을 거뒀다. 
롯데 자이언츠 윤동희가 연장 10회초 두산 베어스 양찬열의 잘맞은 타구를 잡아 아웃시키고 전준호 코치의 축하를 받고 있다. 2023.05.11 / foto0307@osen.co.kr
우익수 수비에서는 8회초 1사 1,2루에서 정수빈의 우중간 큼지막한 타구를 쫓아가서 걷어냈다. 전진수비 상황이었기에 머리 뒤로 넘어가는 타구가 쉽지 않았지만 스피드로 이를 걷어냈다. 연장 10회초에도 선두타자 양찬열의 큼지막한 타구를 끝까지 쫓아가서 잡아내 위기를 차단시켰다. 내야수로 입단해 외야로 전향한지 만 1년이 채 안되기에 경험은 부족하지만 ‘툴가이’로서 재능을 수비에서도 십분 활용했다.
당초 롯데가 생각했던 외야 주전들이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다. 황성빈은 발목 인대 파열로 전열을 이탈했고 안권수도 팔꿈치 상태를 관리해줘야 하는 상황. 그러나 이들이 몸 상태를 회복한다고 하더라도 무작정 주전 자리를 다시 꿰찰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황성빈의 빈자리는 김민석이 잘 채워주고 있고 안권수의 예기치 않은 부상 공백은 윤동희가 채워나가고 있다. 
주장 안치홍은 “선수들이 경기를 못 뛰면 억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연습을 정말 많이 했다. 그래서 선수들이 최선을 더 다하게 되는 것 같다”라면서 “무엇보다 단순히 잘 쳐야 한다는 게 아니라 주자를 한 루 보내는 등 팀플레이 개념 자체가 선수단에 박히고 바뀌니까 훨씬 디테일하고 야구답게 하는 것 같다”라면서 선수단 내에 경기를 뛰고 팀에 어떻게든 기여하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현재 롯데의 상승세는 어느 누구에 의존하지 않고 진행되고 있다. 경쟁의 선순환으로 경기력 자체가 달라졌다. 2군을 폭격하고 1군에 올라온 윤동희도 이러한 분위기에 동참하고 있다. 4월 한 달 동안 아무리 안권수가 리드오프로 기여했다고 한들, 자리를 비우면 언제든지 위협을 받을 수 있다. 롯데가 군 입대 계획도 미루게 한 윤동희는 선배들을 긴장하게 하는 존재로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있고 건전한 경쟁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윤동희가 3회말 무사 1루 중전 안타를 치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3.05.10 / foto030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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