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임찬규(31)와 키움 히어로즈 정찬헌(33)이 초저속구 경쟁을 벌였다.
임찬규는 지난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 선발등판해 6이닝 3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 승리를 기록했다.
올 시즌 최고의 피칭을 선보인 임찬규는 투구수 80구를 기록하며 직구(31구)-커브(24구)-체인지업(18구)-슬라이더(7구)를 구사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4km에 머물렀지만 날카로운 제구력과 낙차 큰 커브를 앞세워 키움 타자들을 봉쇄했다.
이날 투구분석표에서 눈에 띄는 것은 구속이 99km에 불과한 커브다. 임찬규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 공에 대해 “예전에 (정)찬헌이형이 (나)지완이형에게 던진 공이다. 최형우 선배에게도 던졌는데 96km 정도가 나왔던 것 같다. 경기 전에 찬헌이형과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더 느리게 던질 수 있다고 말을 해서 한 번 보여주려고 던졌다”라고 설명했다.
임찬규와 선발 맞대결을 벌인 정찬헌은 6이닝 6피안타 1볼넷 1사구 2탈삼진 1실점을 기록하며 비록 패전투수가 되기는 했지만 임찬규에 못지않은 좋은 투구 내용을 보여줬다. 투구수 86구를 기록한 정찬헌은 투심(42구)-커브(25구)-슬라이더(10구)-포크(9구)를 구사했는데 투심 최고 구속은 140km를 기록했고 가장 느린 공은 95km짜리 커브였다.
“찬헌이형 보란듯이 느린 커브를 던졌다”라고 말한 임찬규는 “찬헌이형이 자기는 70km대 커브도 던질 수 있다고 하더라. 나도 느리게 던져보려고 했는데 찬헌이형이 95km가 나왔다. 내가 아깝게 진 것 같다”라며 웃었다.
점점 투수들의 구속이 빨라지는 현대야구에서 임찬규와 정찬헌은 느린 구속으로도 1군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갈고닦고 있다.
임찬규는 “일단은 구속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감독님이 말씀하신대로 커맨드와 변화구에 집중을 했다. 원래 삼진을 많이 잡았던 투수인데 구속이 오르고도 삼진이 오히려 줄어들고 피안타도 많아졌는데 그 원인을 물어보셨을 때 변화구와 제구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런 대화를 하면서 많이 느꼈고 좋은 결과가 따라왔다”라고 제구와 변화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찬헌 역시 “구속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은 구속이 느린 투수들은 다 알고 있다. 좀 더 정확하게, 좀 더 지저분하게, 좀 더 확실하게 던지자는 마음으로 투구를 한다. 물론 3~4km가 빨라지면 좋겠지만 구속이 빨라진다고 해서 정확성이 사라지면 문제가 된다”라며 제구의 정확도와 공의 무브먼트도 구속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