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새 외국인 투수 리카르도 산체스(26)가 KBO리그 데뷔전에서 인상적인 투구로 팀 승리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경기 후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전격 경질되면서 ‘만나자마자 이별’이 되고 말았다.
산체스는 1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치러진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과의 홈경기에 선발등판, 4이닝 2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했다. 첫 등판이라 투구수 53개에서 교체, 첫 승은 다음으로 미뤘지만 한화의 4-0 승리에 발판이 됐다. 다음 등판에 대한 기대감을 크게 높인 투구였다.
개막전 어깨 통증으로 1경기 만에 방출된 버치 스미스의 대체 선수로 한화에 합류한 산체스는 지난달 26일 입국 후 보름 만에 데뷔전을 치렀다. 2주 동안 충분히 준비 기간을 거쳤고, 쾌조의 컨디션을 보였다.
1회부터 140km대 후반 힘 있는 직구 승부로 삼자범퇴한 산체스는 2회에도 호세 피렐라에게 수비 시프트 빈곳으로 빠지는 안타를 맞았지만 김태군을 병살타로 유도하며 이닝을 끝냈다.
3회에는 변화구 구사 비율을 늘리며 레퍼토리를 다양하게 가져갔다. 3개의 내야 땅볼로 다시 삼자범퇴 이닝을 만든 산체스는 4회 강한울 상대로 변화구 3개를 던져 3구 삼진을 잡기도 했다. 1~2구 커브로 카운트를 잡은 뒤 3구째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뺏어냈다.
이후 이재현에게 볼넷, 구자욱에게 안타를 맞아 1사 1,3루 위기가 있었지만 피렐라를 1루 땅볼, 오재일을 수비 시프트로 유격수 뜬공 처리하며 무실점 투구에 성공했다.
총 투구수 53개로 스트라이크 34개, 볼 19개. 최고 152km, 평균 150km 힘 있는 직구(29개) 중심으로 커브, 슬라이더(이상 8개), 체인지업(5개), 투심(3개)을 섞어 던졌다. 빠른 투구 템포에서 공격적인 승부를 들어갔고, 제구도 크게 흔들리지 않으면서 존 근처에 잘 형성됐다.
경기 후 산체스는 “느낌이 굉장히 좋았다. 자신감을 갖고 던졌고, 긴장되거나 예민한 것도 없었다. 안타나 볼넷을 주기도 했지만 경기 중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크게 개의치 않았다. 볼넷을 내준 뒤에도 끝까지 집중해 투구한 게 좋은 결과로 이저졌다”고 말했다.
이어 산체스는 “수베로 감독과 호세 로사도 투수코치가 ‘KBO리그는 만만한 팀이 없다. 매 경기마다 굶주림을 갖고 이겨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투구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그 말대로 계속 실천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경기 후 수베로 감독은 구단으로부터 경질 통보를 받았다. 3년 계약의 마지막 해로 성적 부진에 책임을 물었다. 수베로 감독과 3년을 함께해온 로사도 코치도 같이 떠난다. KBO리그에 데뷔한 날 감독, 담당 코치가 모두 떠나게 됐으니 산체스로선 그야말로 ‘만나자마자 이별’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