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회 1사에 노히트노런 기록이 깨졌지만 펠릭스 페냐(33·한화)는 쿨하게 웃었다. 완투 욕심도 내지 않고 7이닝 85구 끝으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페냐는 지난 10일 대전 삼성전에서 7회 1사까지 단 한 명의 타자에게도 안타를 맞지 않았다. 1회 시작부터 10타자 연속 퍼펙트. 스트라이크존 근처에 형성되는 공격적인 승부로 삼성 타자들의 배트를 이끌어냈다. 3회에는 3구 삼진 포함 공 6개로 끝. 2루수 문현빈, 유격수 오선진의 호수비까지 페냐를 도왔다.
4회 1사에서 강한울에게 볼넷을 주며 퍼펙트가 깨졌지만 6회까지 투구수 73구로 노히터 행진을 이어갔다. 7회 첫 타자 구자욱의 잘 맞은 라인드라이브 타구도 수비 시프트로 우측 외야 쪽에 위치한 2루수 문현빈이 캐치하며 페냐를 웃음짓게 했다.
투구수를 봤을 때 충분히 노히트노런 기록에 도전할 만했다. KBO리그에서는 역대 14번 나온 기록으로 가장 최근이 대전에서 나왔다. 지난 2019년 4월21일 삼성 덱 맥과이어가 한화 상대로 13탈삼진 노히트노런을 해낸 바 있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정민철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도 한화 소속이었던 지난 1997년 5월23일 대전 OB전에서 역대 9번째 노히트노런을 한 바 있다.
정민철 위원이 7회 시작과 함께 ‘천기누설’을 언급하며 애써 말을 아꼈는데 1사 후 기록이 깨지고 말았다. 삼성 4번타자 강민호에게 한 방을 맞았다. 투볼 불리한 카운트에서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던진 3구째 146km 직구가 높게 들어갔고, 강민호 배트에 제대로 걸린 타구는 좌측 담장 밖으로 넘어갔다. 첫 피안타가 홈런이 되면서 실점으로 이어졌다.
노히터가 깨지며 맥이 빠질 법 했지만 페냐는 흔들리지 않고 다음 두 타자를 잡고 7회까지 85구로 정리했다. 7이닝 1피안타(1피홈런) 1볼넷 5탈삼진 1실점으로 한화의 5-1 승리를 이끈 페냐는 시즌 3승(3패)째와 함께 평균자책점을 4.24로 낮췄다. 기록은 놓쳤지만 페냐는 “전혀 아쉽지 않다.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가운데로 던졌기 때문에 개의치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메이저리그 시절 동료 투수와 함께 팀으로 노히터 게임을 한 적이 있다. 내가 7이닝을 던지고 동료 투수가 2이닝을 던졌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LA 에인절스 시절이었던 지난 2019년 7월13일(한국시간)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애틀 매리너스전이다.
당시 오프너로 나선 선발투수 테일러 콜이 2이닝 2탈삼진 무실점 퍼펙트로 막은 뒤 3회 두 번째 투수로 올라온 페냐가 9회까지 7이닝을 책임지며 1볼넷 6탈삼진 무실점 노히터로 경기를 끝냈다. 2명의 투수가 1볼넷 8탈삼진으로 팀 노히터를 합작했다. 에인절스 팀 역사상 두 번째 팀 노히터 게임.
한국에서도 노히트노런을 할 수 있었지만 강민호의 한 방에 깨지자 쿨하게 웃었다. 투구수 85구로 더 길게 던질 수 있었지만 8회 바로 마운드를 넘겼다. 페냐는 “수베로 감독님이 ‘오늘 투구 끝’이라고 했을 때 받아들였다. 감독님의 선택을 존중하고, 내 할 일은 거기서 마무리된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좋은 수비로 도와준 동료들에게도 고마워한 페냐는 노시환에게 한 턱 쏘기로 했다. 노시환은 지난 4일 잠실 두산전에 이어 이날까지 페냐 선발 날 2경기 연속 멀티 홈런을 쳤다. 페냐는 “모든 선수들이 나를 도와주기 위해 노력하는데 노시환이 유독 두드러진다. 노시환에게 코리안 숯불 바베큐를 사주겠다”며 웃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