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이정후(25)가 시즌 초반 타율 1할과 2할을 오갈 때만 해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천하의 이정후 걱정은 쓸데없다고 한다. 지난해까지 통산 타율(3000타석 이상 기준) 3할4푼2리로 역대 1위다. 2017년 프로 데뷔 첫 해 타율 3할2푼4리를 기록했고, 지난해까지 매년 그 이상을 기록했다.
그런데 100타석이 넘어가도록 2할2푼~2할3푼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선수 본인도, 감독도 조금씩 걱정이 커져갔다.
이정후가 7경기 만에 멀티 히트를 기록하며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타구의 질이 점차 나아지고 있고, 루틴의 변화를 통해 자신감을 점점 회복하고 있다.
이정후는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경기에서 4타수 2안타 1볼넷 2타점을 기록했다. 지난 2일 삼성전 이후 7경기 만에 멀티 히트.
첫 두 타석에서는 삼진과 내야 땅볼이었다. 6회 우중간 안타를 때렸고, 3-1로 역전한 7회 1사 2,3루에서 전진 수비를 뚫는 중전 적시타를 때려 2타점을 기록했다. 11-1 대승에 일조했다.
경기 후 이정후는 루틴에 변화를 주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항상 연습 때 했던 방법들은 잘 맞았을 때, 몸에 아무 이상이 없었을 때 했던 방법들이었는데 (타율이)좋지 않은 상태에서 그 방법들을 계속하다 보니까 안 좋게 흘러가지 않았나 생각해서 연습 방법도 바꿔보고… 생각이 가장 큰 것 같다. 타석에서 생각이 좀 많아진 것 같아서 생각도 비우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절친한 사이인 삼성 구자욱(30)의 조언도 도움이 됐다. 이정후는 슬럼프에 빠져 있는 동안 주위의 조언을 언급하면서 구자욱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어느 순간 내가 잘 안 된다는 걸 인지하고, 현재 상황을 인정하고 체념하고 있는 상태에서 대구 원정에서 자욱이 형이랑 밥을 먹은 적이 있다. 내가 작년에 좋았던 것만 생각하고, ‘작년에는 이렇게 해서 됐는데, 올해는 안 된다’고 질문했더니 '작년에 잘했다고 해서 지금 작년과 똑같이 하면 안 된다. 작년 생각하다 시즌 끝난다. 지금 내 몸 상태도 다르고 작년이랑 밸런스도 다를 텐데, 자꾸 작년 생각하면서 작년처럼 한다고 해서 좋아지지 않는다. 그러다 시즌 끝난다’고 얘기해줬다"고 말했다.
구자욱 자신이 2022시즌 부진했던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이었다. 2022시즌을 앞두고 삼성과 5년 최대 120억원의 다년 계약을 맺은 구자욱은 지난해 99경기 출장에 그치며 타율 2할9푼3리 5홈런 38타점으로 부진했다. 장타력을 키우려다 장타도 정교한 컨택도 모두 놓쳤다.
"그 말이 가장 와 닿았다"는 이정후는 이후 훈련 방법을 조금씩 바꿨다. 평소 하던 루틴에서 변화를 준 것이다. 지난 겨울 타격폼을 수정했는데, 작년 폼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정후는 "결과를 보여줘야 하기에 계속 (바뀐 폼으로) 하기에는 조급해지더라. 최대한 편한 폼으로 치자고 생각하며 몸을 의식에 맡겼는데, 작년 폼으로 돌아가더라"고 설명했다.
이정후는 부진한 성적에 대해 "기록이 의식은 좀 됐던 것 같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길어져서 그랬다"며 "아직 시즌 초반이고 또 앞으로 해야 될 경기들이 더 많기 때문에 느낌이 언제 올지 모르겠지만, 이번 경기들에서 조금 느낌이 온 것 같다. 잘 맞든 안 맞든 결과가 좋게 나오면 금방 올라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멀티 히트로 시즌 타율은 2할3푼1리가 됐다. 아직 2할5푼 위로 올라간 적이 있다. 야구 천재가 서서히 슬럼프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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