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충분히 미국에 갈 수 있는 재능이 있다.”
한화 거포 3루수 노시환(23)이 마음속 깊이 품고 있던 메이저리그 꿈을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끄집어냈다. 지금 당장 일은 아니지만 먼 훗날 메이저리거를 꿈꾸는 노시환의 가슴에 불을 지피고 있다.
메이저리그 내야 수비 코치 출신인 수베로 감독은 매일 경기 전 내야수들과 1대1 수비 훈련을 한다. 노시환도 빠지지 않는 멤버 중 하나로 두 사람은 평소 메이저리그에 대한 이야기도 종종 나눈다.
10일 대전 삼성전을 앞두고도 그랬다. 수베로 감독은 “노시환은 팬들이 갖고 있는 기대치나 지금까지 보여준 것보다 훨씬 더 큰 잠재력을 가졌다. 최근 2년간 노시환이 미국 야구에 대해 물어보며 조금씩 관심을 키워왔다. 미국에 친분 있는 지도자들에게 들은 여러 가지 이야기와 훈련 방법을 노시환에게 알려주고 있다. 선진 야구를 미리 접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베로 감독은 “김하성(샌디에이고)도 메이저리그 첫 해에는 수비에서 첫발 스타트가 반박자 늦고, 송구에서도 보완할 부분이 있었지만 미국 훈련 시스템에서 악착같이 연습해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까지 됐다”며 “노시환도 큰 무대를 갈망하는 마음이 있다.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노시환은 4회 투런포, 6회 솔로포로 연타석 홈런을 쏘아 올리며 한화의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후 노시환도 수베로 감독과 나눈 이야기를 전하며 “감독님께서 ‘넌 미국에 가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선수다. 지금에 만족하지 말고 큰 꿈을 갖고 욕심을 내라. 미국에 갈 수 있는 재능이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감독님 말을 들으면서 안주하지 않고 더 성장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2차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한화에 입단할 때부터 노시환은 거포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타고난 힘과 유연한 몸, 덩치에 비해 순발력이 좋은 ‘재능 덩어리’로 평가됐다. 만 스무살 2년차 시즌에 두 자릿수 홈런(12개)을 돌파했고, 풀타임 주전으로 도약한 2021년 3년차 시즌에도 18홈런으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6홈런으로 주춤했지만 겨우내 다이어트로 7kg 체중을 감량하며 몸을 가볍게 했다. 기술적으로 히팅 포인트를 앞당기는 조정을 거쳤다. “지난해는 히팅 포인트가 뒤로 가면서 먹히는 타구가 많았다. 올 시즌 포인트를 조금 앞으로 당겼는데 장타도 나오고, 타율도 유지된다”는 노시환은 “나만의 확실한 히팅 존이 생겼다. 내가 잘 칠 수 있는 코스를 생각하고 거기에 벗어나는 공은 아예 버리는 식으로 하다 보니 타석에서 여유도 생겼다”고 설명했다.
기술적으로 타격 완성도를 높인 노시환은 선배 채은성을 따라 시즌 중에도 이틀에 한 번씩 웨이트를 하는 루틴을 지키면서 기복 없이 꾸준함을 이어가고 있다. 그 결과 개막 30경기 타율 3할5푼6리(118타수 42안타) 6홈런 18타점 출루율 .429 장타율 .585 OPS 1.014. 장타율·OPS 1위, 홈런 공동 2위, 타율·출루율 3위, 안타 4위로 리그 최정상급 성적을 내고 있다. 이런 성적을 몇 년간 꾸준하게 찍으면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관심을 가질 만하다. 나이도 23세로 아직 젊다.
노시환은 “어릴적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메이저리그에 대한 꿈이 있었다. 최종 꿈은 메이저리그”라면서도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한국에서 3루수로서도 그렇고 타자로서 최정점을 찍은 다음에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은 한화에서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밖에 없다. 타격뿐만 아니라 수비도 잘해야 한다. 실책이 나올 때마다 투수들한테 너무 미안하다. 나도 수비를 엄청 중요하게 생각하고, 정말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메이저리그에 가려면 수비를 잘해야 한다”며 공수겸장 3루수가 목표라고 밝혔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