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어제(9일) 잠실 경기다. 8회 말 극적인 한 방이 터졌다. 2-4열세를 4-4로 만든 동점 투런 홈런이다. 주인공은 8번 타자다. 포수 박동원이다. 몇몇 팬들은 ‘참치’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이유는 짐작하시리라.
벌써 8호째 아치다. 2위 양석환을 2개 차이로 따돌린다. 잠실에서, 그것도 포수가 홈런 1등이다. ‘세상에 이런 일이’ 감이다. 덕분에 트윈스가 역전승했다. 4연승으로 단독 2위로 올라섰다.
비슷한 무렵이다. 광주에서도 빅 매치가 열렸다. 광현종의 맞대결이다. 7회 말. 홈 팀의 8번 타자가 안타를 쳤다. 역시 포수 한승택이다. 얄궂은 팬들이 못된 코멘트를 단다. ‘박동원이 8호째를 쳤는데, 질 수 없다.’ 그의 시즌 8번째 안타였다(타율 0.160).
빗나간 댓글러들은 어디나 있다. 그들이 씌운 저급한 지칭이 있다. ‘덮밥’이라는 별명이다. 아니, 비단 그뿐만이 아니다. 그 팀 다른 포수들도 그렇게 부른다. 미트질(프레이밍)에 대한 비판에서 유래한 것 같다.
본래 (투수의) 낮은 볼은 위로 쳐올리며 받아야 한다. 그래야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생긴다. 그게 프레이밍의 원칙이다. 그런데 이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오랜 훈련이 필요한 기술이다. 팔뚝의 강한 근력과 순발력도 요구된다. 그게 안되면 투구를 덮듯이 잡게 된다. 현장에서 ‘덮밥’이라고 부르는 동작이다.
타이거즈에 인사 발령이 났다. 새 단장이 부임했다. 그동안 밀렸던 민원이 몰려온다. 전력 보강에 대한 궁금증이 많다. 여론은 가장 급한 포지션을 꼽는다. 아무래도 포수 쪽이다. 관련 기사도 여럿이다. 심재학 GM은 신중한 스탠스다. 9일 상견례 자리에서 이렇게 밝혔다.
“과감한 트레이드는 할 것이다. 하지만 손해 보는 장사는 하지 않겠다. 트레이드의 기본은 윈윈보다 이익이 우선이다.” 아울러 이런 말을 보탰다. “포수 자리에 대한 얘기가 많지만 차라리 우리 선수들을 믿고 싶다. 여러분이 아는 선수들을 믿는다. 동기부여를 주면 오히려 낫다고 생각한다. 아직 20대 포수들 아닌가.”
신임 단장의 부임 첫 날이다. 기분 좋은 승리다. 리그 1위를 잡았다. 장안의 화제를 모았던 매치업이다. 광현종 대결에서도 완승이다. 에이스는 오랜만에 강렬한 구위를 뽐냈다. 8이닝, 100개 이상을 던졌다. 팀 셧아웃까지 완성됐다.
당연히 포수의 기여도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경기 후 소감이다. “(양) 현종이 형의 직구가 좋았다. 변화구 보다 위력이 있어서 빠른 볼을 많이 썼다. 본래 (양현종의) 장점이 우타자 몸쪽인데, 오늘은 바깥쪽이 워낙 좋았다. 그래서 많이 활용했다.”
아시다시피 우여곡절이 참 많다. 전임 단장, 포수, 렌탈, 트레이드, FA 이적…. 기타 등등. 팬들의 아쉬움이 어디 하나둘이겠나. 때문에 가끔은 못마땅한 표정과 삐딱한 시선을 마주해야 한다. 그런 사연이 오버랩 되는 신임 단장의 첫 출근 날이었다.
안타까움을 왜 모르겠나. 사람 잘 챙기는 클럽하우스 리더다. 161승째를 올린 뒤 속 깊은 한마디를 남긴다. 어제(9일) 경기 후 양현종의 말이다.
“8회 2사 2루에서 정명원 코치가 마운드에 올라왔다. 괜찮냐고 물어보는데 나는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한)승택이가 공이 좋다며 자기를 믿고 던지라고 해줬다. 그래서 승택이 믿고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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