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판대장' 오승환(삼성)은 지난 3일 대구 키움전에서 프로 데뷔 첫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오승환은 이날 경기 전까지 10차례 등판에서 1승 1패 4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4.50으로 자신의 명성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에 정현욱 투수 코치는 과거 자신의 경험을 살려 긴 이닝을 소화하는 게 감각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박진만 감독에게 건의했고 오승환의 선발 데뷔전이 성사됐다.
5이닝 동안 20타자를 상대로 73개를 던졌다. 홈런 포함 안타 5개를 맞았지만 단 한 개의 사사구로 허용하지 않았다. 삼진 6개를 솎아냈으며 3점을 내줬다. 최고 구속은 149km까지 나왔다.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해 패전 투수가 됐지만 반등할 수 있다는 걸 스스로 증명했다. 오승환은 재충전 차원에서 4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지난 9일 경산 볼파크에서 만난 오승환은 선발 데뷔전을 되돌아보며 "코칭스태프에서 기회를 주셨고 좋아져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긴 이닝을 소화하면서 감각을 되찾기 위해 선발로 나갔는데 1회와 2회 실점했지만 던질 때마다 좋아지고 이닝 종료 후 정현욱 투수 코치님과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 저도 (데뷔 첫 선발 등판을 계기로) 좋아질 거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만 감독은 오승환의 데뷔 첫 선발 등판에 대해 "초반에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갈수록 좋아지는 모습이었다. 투구 수를 늘리면서 자기 페이스를 되찾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퓨처스에 가서 필요한 부분을 정리하고 다음에 올라올 때 예전의 오승환으로 다시 돌아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오승환은 "선수들 모두 열심히 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돼야 한다. 제가 잘해야 불펜도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발 데뷔전을 마지막으로 그라운드를 떠난다'는 루머에 대해 "현재 몸 상태는 괜찮고 충분히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늘 고마운 우리 삼성 팬들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은퇴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떠나는 건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퓨처스팀의 저연차 투수들은 살아있는 전설의 철저한 자기 관리와 성실한 훈련 태도를 보며 "역시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오승환은 "선수라면 누구나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렸던 오승환은 1군 엔트리 말소 후 스스로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퓨처스팀에) 내려와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너무 경기에만 몰두했구나 싶더라. 오늘과 내일 경기가 없으니까 여유가 생겼다고 할까. 예전 같으면 안 좋은 상황이 반복되면 어떻게 해서든 보다 완벽하게 던지려고 했고 스스로 맞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러느라 다른 건 보지 못했다. 2005년부터 프로에서 뛰고 있지만 계속 반복되는 것 같다. 똑같은 상황에 처하면 스스로 쫓기게 되더라. 작년에도 분명히 그런 상황이 있었는데 올해도 반복되더라". 오승환의 말이다.
오승환은 작년에도 부침을 겪었으나 31세이브를 거두며 명불허전을 입증했다. 올해도 다를 바 없다.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한 법.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본래의 기량을 되찾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오승환은 오승환이니까.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