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첫 선발 등판→1군 말소' 오승환의 깨달음 "여유가 생겼다" [오!쎈 인터뷰]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23.05.10 08: 10

'끝판대장' 오승환(삼성)은 지난 3일 대구 키움전에서 프로 데뷔 첫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오승환은 이날 경기 전까지 10차례 등판에서 1승 1패 4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4.50으로 자신의 명성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에 정현욱 투수 코치는 과거 자신의 경험을 살려 긴 이닝을 소화하는 게 감각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박진만 감독에게 건의했고 오승환의 선발 데뷔전이 성사됐다. 
5이닝 동안 20타자를 상대로 73개를 던졌다. 홈런 포함 안타 5개를 맞았지만 단 한 개의 사사구로 허용하지 않았다. 삼진 6개를 솎아냈으며 3점을 내줬다. 최고 구속은 149km까지 나왔다.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해 패전 투수가 됐지만 반등할 수 있다는 걸 스스로 증명했다. 오승환은 재충전 차원에서 4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삼성 라이온즈 투수 오승환 /what@osen.co.kr

지난 9일 경산 볼파크에서 만난 오승환은 선발 데뷔전을 되돌아보며 "코칭스태프에서 기회를 주셨고 좋아져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긴 이닝을 소화하면서 감각을 되찾기 위해 선발로 나갔는데 1회와 2회 실점했지만 던질 때마다 좋아지고 이닝 종료 후 정현욱 투수 코치님과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 저도 (데뷔 첫 선발 등판을 계기로) 좋아질 거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만 감독은 오승환의 데뷔 첫 선발 등판에 대해 "초반에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갈수록 좋아지는 모습이었다. 투구 수를 늘리면서 자기 페이스를 되찾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퓨처스에 가서 필요한 부분을 정리하고 다음에 올라올 때 예전의 오승환으로 다시 돌아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오승환은 "선수들 모두 열심히 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돼야 한다. 제가 잘해야 불펜도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라이온즈 투수 오승환 / OSEN DB
그는 '선발 데뷔전을 마지막으로 그라운드를 떠난다'는 루머에 대해 "현재 몸 상태는 괜찮고 충분히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늘 고마운 우리 삼성 팬들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은퇴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떠나는 건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퓨처스팀의 저연차 투수들은 살아있는 전설의 철저한 자기 관리와 성실한 훈련 태도를 보며 "역시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오승환은 "선수라면 누구나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렸던 오승환은 1군 엔트리 말소 후 스스로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퓨처스팀에) 내려와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너무 경기에만 몰두했구나 싶더라. 오늘과 내일 경기가 없으니까 여유가 생겼다고 할까. 예전 같으면 안 좋은 상황이 반복되면 어떻게 해서든 보다 완벽하게 던지려고 했고 스스로 맞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러느라 다른 건 보지 못했다. 2005년부터 프로에서 뛰고 있지만 계속 반복되는 것 같다. 똑같은 상황에 처하면 스스로 쫓기게 되더라. 작년에도 분명히 그런 상황이 있었는데 올해도 반복되더라". 오승환의 말이다. 
오승환은 작년에도 부침을 겪었으나 31세이브를 거두며 명불허전을 입증했다. 올해도 다를 바 없다.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한 법.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본래의 기량을 되찾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오승환은 오승환이니까. /wha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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