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초반 KBO리그에선 장수 외국인 투수들의 부진이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다. 5년차 LG 케이시 켈리(7G 2승2패 ERA 4.93), 4년차 롯데 댄 스트레일리(6G 3패 ERA 5.20)가 시즌 초반부터 고전하고 있다.
삼성 외국인 선수로는 역대 최초로 4년째 활약 중인 데이비드 뷰캐넌(34)도 얼마 전까지 켈리, 스트레일리와 같이 묶였다. 시즌 첫 4경기에서 1승2패 평균자책점 4.05로 예년보다 다소 부진하면서 우려의 시선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3경기에서 2승을 거두며 19이닝 19탈삼진 1실점 평균자책점 0.47로 반등했다. 시즌 전체 성적도 7경기(45⅔이닝) 3승2패 평균자책점 2.56 탈삼진 42개. 리그 최다 이닝과 함께 평균자책점 9위, 탈삼진 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 9일 대전 한화전에선 8이닝 6피안타 1사구 11탈삼진 1실점으로 올 시즌 최고 투구를 선보였다. 커터(32개), 체인지업(26개), 커브(21개), 직구(17개), 투심(5개) 등 5가지 구종을 고르게 구사하며 상하좌우 원하는 곳으로 커맨드했다. 특히 좌타자 상대로 백도어성 커터를 결정구로 쓰며 주심의 바깥쪽으로 넓은 존도 효과적으로 잘 활용했다.
직구 구속도 최고 151km, 평균 148km로 측정됐다. 시즌 전체로 봐도 직구 평균 구속이 145.7km로 지난해(144.2km)보다 1.5km 빨라졌다. 4년째 뷰캐넌의 공을 받고 있는 베테랑 포수 강민호는 “뷰캐넌의 공이 작년보다 더 좋아졌다. 구위가 너무 좋다 보니 시즌 초반 직구 승부를 고집하면서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날 한화전은 변화구 구사 비율을 높였다. 강민호는 “한화 타자들의 직구 대응 능력이 좋아 초반부터 변화구를 많이 섞어 던졌다. 커브처럼 큰 변화구, (커터 같은) 짧은 변화구도 많이 던지게 한 것이 잘 풀렸다”며 “시즌 초반에도 직구를 살리기 위해 변화구를 많이 섞어야 했다. 직구 힘이 워낙 좋아 정직하게 직구, 직구로 승부를 들어가다 맞은 것이다”고 돌아봤다.
뷰캐넌은 지난 2020년 KBO리그 데뷔 후 3년 연속 160이닝 이상 소화했다. 이 기간 리그 전체에서 5번째로 많은 511⅔이닝을 던졌다. 누적 이닝을 보면 구속이 줄고, 구위가 떨어지는 게 정상이다. 같은 기간 최다 이닝을 던진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전 KT)가 지난해 중반부터 구위 저하를 보이면서 재계약에 실패했고, 미국 메이저리그로 돌아간 드류 루친스키(NC→오클랜드)도 직구 평균 구속이 5km가량 떨어져 고전 중이다.
그런데 뷰캐넌의 구속은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더 상승했다. 강민호는 “워낙 운동을 열심히 하는 선수라 구위가 안 좋아질 수 없다. 우리 팀 투수들이 항상 웨이트장에서 뷰캐넌 루틴을 보고 따라할 정도로 좋은 롤모델이다. 몸 관리가 정말 철저하다”고 인정했다.
이날 한화 상대로 8이닝 101구를 던진 뷰캐넌은 주말 등판(14일 대구 LG전)을 위해 완투 욕심도 내려놓았다. “7회 실점만 아니었으면 조금 더 길게 던질 수 있었는데 아쉽다”고 말한 뷰캐넌은 “완봉, 완투도 좋지만 팀이 효율적으로 이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주말에 등판할 예정이라 오늘 내가 맡은 역할을 다한 것 같다. 주말 경기에 조금 더 좋은 투구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