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어떻게 만루 홈런을 14개나 쳐요?”
삼성 포수 강민호(38)는 9일 대전 한화전에서 만루 홈런을 쏘아 올렸다. 5-1로 앞선 9회 2사 만루에서 한화 좌완 김기중의 초구 몸쪽 낮은 139km 직구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훌쩍 넘겼다. 비거리 115m, 시즌 4호 홈런. 삼성의 9-1 승리를 이끈 쐐기포였다.
앞서 4타석에서 병살타, 땅볼, 삼진, 뜬공으로 맥없이 물러났던 강민호는 “(라커) 안에서 TV 중계에 내가 워스트라고 나온 걸 보고 마지막 타석에 들어섰다”며 웃은 뒤 “지난주 햄스트링도 불편했고, 우천 취소까지 있어 5경기 연속 쉬었다. 5일 정도 쉬다 보니 타석에서 감이 없더라. 마지막 타석에는 마음을 비우고 존에 들어오는 공에 스윙 3번 하자는 생각으로 했는데 잘 풀렸다”고 말했다.
이 홈런은 강민호의 개인 통산 14번째 만루 홈런이었다. 팀 후배 구자욱도 “형, 어떻게 만루 홈런을 14개나 쳐요? 전 아직 하나도 없는데…”라며 부러워했다고.
롯데 시절인 지난 2006년 6월15일 마산 LG전에서 7회 강상수 상대로 데뷔 첫 만루 홈런 손맛을 본 강민호는 2010년 3개, 2012년 1개, 2015년 4개, 2016년 1개로 롯데에서만 10개의 그랜드슬램을 쏘아 올렸다. 삼성으로 팀을 옮긴 2018년 1개, 2020년 2개에 이어 3년 만에 만루 홈런을 추가했다.
강민호는 “그만큼 연차가 많이 쌓여 나온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만루 상황이라고 특별히 어떤 생각을 갖고 임하는 건 아니다. 운 좋게 오래 선수 생활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된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 2004년 롯데에서 데뷔한 강민호는 올해로 20년차 베테랑이다. 이날까지 통산 2133경기를 뛰며 통산 홈런 307개를 기록 중이다. 통산 홈런 역대 14위. 워낙 많은 홈런을 쳤으니 만루포도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클러치 능력이 없다면 이렇게 많이 칠 순 없다. 올해 9년차가 된 구자욱도 통산 990경기에서 홈런 125개를 쳤지만 만루 114타석에선 홈런이 없다.
KBO리그 역사에서 강민호보다 많이 만루 홈런을 친 선수는 이범호 KIA 타격코치가 유일하다. 지난 2000~2019년 한화, KIA에서 19년간 활약한 이범호 코치는 통산 만루 홈런 17개를 기록하고 은퇴했다. 이 코치에게 3개 차이로 따라붙은 강민호는 “범호형 기록을 알고 있다. 열심히 해보겠다”며 역대 1위 도전에 대한 의지도 내비쳤다.
지금 기세라면 충분히 도전하고도 남을 것 같다. 지난 2021년 시즌 후 3번째 FA 계약을 통해 2025년까지 보장받은 강민호는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라곤 믿기지 않는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올 시즌 25경기 타율 3할2푼3리(93타수 30안타) 4홈런 19타점 출루율 .388 장타율 .516 OPS .904를 기록 중이다.
리그 전체 장타율 4위, OPS 6위인데 팀 내에선 모두 1위 기록이다. 38세 나이에도 4번 타순을 치고 있는 강민호는 “우리 타자들의 컨디션이 안 올라온 상황에서 감독님이 4번 중책을 맡겨주셨다. 다른 친구들의 컨디션이 올라올 때까지 찬스를 연결하거나 해결한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임하고 있다. (오)재일이가 제자리로 중심타선에 올라오고 하면 팀이 더 원활하게 잘 돌아갈 것이다”고 기대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