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자책점 0.47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에도 월간 MVP를 놓쳤다. 투수 전향 4년차에 에이스로 우뚝 서며 롯데의 깜짝 반등을 이끈 나균안(25)의 화제성에 묻혔다. NC 외국인 투수 에디 페디(30)가 불운의 주인공이다.
KBO는 4월 월간 MVP 투표 결과를 9일 공개했다. 나균안이 기자단 투표 29표 중 11표(37.9%), 팬 투표 39만2071표 중 15만4139표(39.3%)로 총점 38.62점을 얻어 페디(35.45점)를 근소한 차이로 제치고 4월 MVP에 선정됐다. 페디는 기자단 투표 17표(58.6%)로 나균안보다 6표를 더 받았지만 팬 투표 4만8106표(12.3%)로 나균안에게 10만6033표나 뒤졌다.
성적만 보면 페디의 수상이 합당하다. 페디는 4월 한 달간 6경기에서 38이닝을 소화하며 4승1패 평균자책점 0.47 탈삼진 48개로 활약했다. 4월 평균자책점 1위, 다승 공동 1위, 이닝·탈삼진 2위로 투구의 양과 질 모두 압도적이었다.
나균안도 4월 5경기에서 33⅔이닝을 던지며 4승 무패 평균자책점 1.34 탈삼진 29개로 활약했다. 다승 공동 1위, 평균자책점 4위, 이닝 6위, 탈삼진 7위에 올랐지만 페디의 성적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하지만 화제성에서 나균안이 페디를 압도했다. 나균안이 나온 4월 5경기에서 롯데는 전승을 거뒀다. 롯데가 15년 만에 9연승을 질주하며 단독 1위를 찍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롯데의 선전과 함께 나균안의 스토리가 다시금 주목받았다. 지난 2017년 2차 1순위 포수로 롯데에 입단한 나균안은 빛을 보지 못한 채 2020년 투수 전향 후 4번째 시즌에 에이스로 도약하며 야구 인생 반전 드라마를 썼다. 오랜 기간 부진했던 롯데의 선전에 목말랐던 팬심과 역경을 극복한 나균안의 성장 스토리가 어우러져 화제성이 폭발했고, 고스란히 팬 투표로 이어졌다.
KBO 월간 MVP는 원래 기자단 투표로만 선정됐지만 2018년부터 기자단과 팬 투표를 각각 50% 비율로 합산한 총점으로 뽑고 있다. 성적을 기준으로 뽑기 때문에 일치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기자단과 팬심이 엇갈릴 때도 꽤 있다. 사람이 하는 투표인 이상 보기 드문 일은 아니다.
기자단 투표에서 앞섰으나 팬 투표에서 뒤집힌 사례는 지난 2018년 6월 두산 세스 후랭코프(두산 김재환 수상), 7월 KT 멜 로하스 주니어(SK 제이미 로맥 수상), 8월 넥센 이정후(넥센 박병호 수상), 2019년 8월 넥센 박병호(KIA 양현종 수상), 9월 두산 오재일(LG 카를로스 페게로 수상), 지난해 7월 SSG 윌머 폰트(KIA 이창진 수상), 8월 LG 고우석(NC 양의지 수상), 9월 LG 김윤식(키움 이정후 수상)에 이어 페디가 9번째 사례. 최근 4개월 연속으로 기자단 투표와 팬심이 엇갈린 것이 특징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