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 동안 꿈에서나 볼 수 있었던 1군 데뷔전이 현실이 됐고, 이를 넘어 LG 트윈스의 필승조로 거듭났다. LG 대졸투수 유영찬(26)의 반전 스토리다.
배명고-건국대 출신의 유영찬은 2020 신인드래프트서 LG 2차 5라운드 43순위로 프로의 꿈을 이뤘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유영찬의 이름을 아는 LG 팬들은 많지 않았다. 1군 데뷔 없이 퓨처스리그만 전전하다가 최근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했기 때문. 소집해제 후 퓨처스리그 성적도 12경기 1패 3홀드 평균자책점 4.50으로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는 못했다.
최근 잠실에서 만난 유영찬은 “2군에서 선발로 던지다가 영장이 나와서 입대 의사를 밝혔는데 구단에서 잘 보내주셨다”라며 “본가가 수원이라 수원 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복무했다. 퇴근 후 근처 학교를 찾아 캐치볼을 하며 훈련도 병행했다. 그러나 군대 가기 전, 그리고 다녀와서도 ‘내가 1군에 올라갈 수 있을까’라는 막막한 생각이 들었다”라고 힘든 시절을 되돌아봤다.
유영찬은 지난해 2군 경험을 발판 삼아 올해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눈에 띄는 투구를 펼쳤다. 시범경기 기록은 5경기 1승 1홀드 평균자책점 0. 이에 힘입어 데뷔 처음으로 개막 엔트리에 승선했고, 4월 1일 KT와의 개막전에서 1이닝 무실점으로 성공적인 데뷔전까지 치렀다. 4월 한 달을 12경기 평균자책점 3.52로 마친 유영찬은 5월 2일과 3일 창원 NC전에서 이틀 연속 홀드를 수확하며 새로운 필승조의 탄생을 알렸다.
유영찬은 “처음에는 긴장했지만 자주 나가다보니 다양한 경험을 했다. 접전 상황과 점수 차이가 많이 나는 상황을 모두 겪었고, 5월이 돼서 힘을 빼고 자신 있게 던졌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 (박)동원이 형 리드대로 던졌다”라며 “지금 이렇게 인터뷰할 수 있는 거에 감사하다. 이게 다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시고, 내가 거기에 부응해서 나온 결과다. 기분이 좋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많이 나갈 거라고 예상은 못했다. 캠프 때부터 좋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물론 이런 상황을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닌데 개막 엔트리 승선과 추격조를 거쳐 이기는 상황에 나가서 던질 수 있게 돼 기분이 좋다. 더 나은 미래가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라고 덧붙였다.
호투의 비결은 구속 상승에 있다. 입대 전 평범한 공을 던졌던 유영찬은 지금 최고 150km의 직구를 구사하는 파이어볼러가 됐다. 그는 “군대 가기 전에는 구속이 130km대 후반에서 140km대 초반이 나왔다. 그런데 소집해제 후 첫 등판에서 148km가 나왔다. 그리고 올해 캠프와 시범경기 치르면서 최고 150km까지 찍었다. 캠프에서 코치님과 하체 위주로 훈련했고, 또 경기에 자주 나가면서 구속이 상승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투수코치와 기술적인 면을 업그레이드 시켰다면 멘탈은 선배 임찬규의 조언으로 단련했다. 유영찬은 “(임)찬규 형이 항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생각하고 걱정하지 말아라. 마운드 올라가서 공 던지는 거에만 집중해라. 아무 생각하지 말고 눈치 보지 말아라’라는 조언을 늘 해주신다”라고 밝혔다.
1군 데뷔를 꿈꾸는 선수에서 필승조로 도약하면서 구체적인 목표도 생겼다. 유영찬은 “올해는 2군에 한 번도 안 내려가고 1군에서 부상 없이 풀타임을 뛰는 게 목표다. 더 나아가 50이닝 이상을 소화하고 싶고, 좋은 기회가 있다면 20홀드 이상 기록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유부남인 유영찬은 인터뷰를 통해 아내를 향한 고마운 마음도 전했다. 그는 “뒷바라지 해주느라 늘 고생이 많다. 항상 늦은 시간에 집에 가서 잠을 늦게 자는데 챙겨줘서 고맙다. 사랑한다”라고 애정을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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