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고액 연봉자들이 침묵하는 패턴이 올해도 반복되는 것인가. 이승엽호가 해결사들의 집단 슬럼프 속 출범 후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두산 이승엽호의 5할 본능이 최근 10경기 2승 1무 7패의 부진 속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지난 7일 LG와의 잠실더비 1-11 대패로 3연패에 빠지며 시즌 13승 1무 14패 공동 6위로 떨어졌다. 4월 1일 개막 후 3차례의 승률 5할 붕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지만 이번에는 에이스 곽빈의 예상치 못한 부상 교체와 더불어 불펜진이 잇따라 흔들리며 처음으로 5할 사수에 실패했다.
악몽의 시작은 4월 23일 잠실 KT전 1-1 무승부였다. 이후 26일 대구 삼성전부터 29일 인천 SSG전까지 4연패를 당했고, 30일 SSG전과 5월 2일 잠실 한화전 2연승으로 분위기를 바꾸는가 싶더니 3일 한화전부터 7일 LG전까지 다시 3경기를 연달아 내줬다. 이 기간 두산의 팀 타율(.218), 득점권타율(.158), 득점(24점)은 리그 최하위, 평균자책점 9위(4.75)에 머물러 있다. 투타 지표가 모두 최하위권이다.
10경기 2승의 가장 큰 원인으로 타선의 지독한 빈타가 꼽힌다. 그 중에서도 이른바 ‘해줘야할 선수’들의 활약이 저조하다. 두산 타선의 ‘해줘야할 선수’는 대부분 최근 FA 자격을 얻어 대형 계약으로 팀에 잔류한 고액 연봉자들. 두산은 최주환(SSG), 오재일(삼성), 박건우(NC)와는 동행을 마감했지만 허경민(4+3년 85억 원), 김재호(3년 25억 원), 정수빈(6년 56억 원), 김재환(4년 총액 115억 원)을 잔류시켰고, 이번 시즌에 앞서 4+2년 152억 원에 양의지까지 복귀시키며 반등 의지를 드러냈다.
프로는 곧 돈이고, 돈이 곧 그 선수의 가치와 능력을 대변한다. 거액을 받고 그에 걸맞은 활약을 못할 경우 ‘먹튀’라는 꼬리표가 붙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야구라는 종목이 특정 선수의 활약으로 성적이 좌지우지되는 건 아니지만 매 년 상위권 팀을 보면 대개 고액 연봉자가 중심을 잡고 있다. 구단 또한 그 역할을 바라고 과감히 거액의 보수를 지급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10경기 두산에서 제 역할을 한 고액연봉자는 이 기간 타율 3할2푼3리 출루율 .500로 열심히 밥상을 차린 정수빈뿐이다. 김재환이 홈런 없이 타율 2할5푼8리 1타점, 허경민이 타율 2할4푼3리 3타점으로 저조했고, 초반 무서운 화력을 내뿜던 양의지마저 무릎, 정강이 부상과 함께 타율 2할3푼1리의 부진을 겪었다. 계약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는 김재호는 5타수 무안타 이후 마운드 보강의 희생양이 되며 2군에 내려갔다.
해당 기간 득점권 상황으로 조건을 좁히면 기록은 더욱 심각하다. 정수빈이 타율 2할, 김재환은 1할4푼3리, 허경민은 1할이다. 양의지는 득점권 8타석을 맞이한 가운데 5타수 무안타 침묵했다.
아무리 마운드 전력이 탄탄해도 쳐야 이기는 게 야구다. 그뿐만이 아니다. 점수를 내지 못했을 때 찾아오는 결과 또한 가혹하다. 이승엽 감독은 “득점권에서 쳐줘야할 선수들이 못 치다보니 1~2점 차 접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투수들도 실투하면 안 된다는 부담을 갖고 있다. 결국 타선이 자기 역할을 해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두산은 작년에도 대형 FA 계약자들의 잇따른 부진과 기복 속 창단 첫 9위 수모를 겪었다. 올해는 개막한지 이제 갓 한 달이 지난 가운데 그 때의 향기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다. 두 번의 실패를 막기 위해선 FA 잔류한 프랜차이즈 스타들의 반등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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