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볼러 듀오’ 문동주와 김서현에게 관심이 집중되는 한화 마운드이지만 또 다른 재능러가 조용히 비중을 높이고 있다. 메이저리그 올스타 2회에 빛나는 호세 로사도 투수코치에게 ‘스위퍼’를 배워 던지고 있는 4년차 우완 한승주(22)가 그 주인공이다.
한승주는 올 시즌 11경기에서 12이닝을 소화하며 1패2홀드 평균자책점 3.00 탈삼진 11개를 기록 중이다. 위기 상황에 주로 투입되는데 득점권 피안타율 2할로 안정적이다. 특히 만루 상황에서 5타수 무안타에 삼진 3개를 잡아내는 강심장을 뽐냈다.
올해 트랙맨 기준으로 최고 구속 150km를 던진 한승주이지만 직구(31.5%)보다 슬라이더(36.0%), 커브(18.9%) 구사 비율이 늘었다. 슬라이더, 커브로 분류되긴 하지만 이 공의 상당수가 요즘 유행하는 스위퍼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홈플레이트를 쓸고 지나간다는 의미에서 명명된 스위퍼(sweeper)는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가 주무기로 쓰는 공으로 유명하다. 올해 메이저리그가 스위퍼를 공식 구종으로 분류하면서 유행을 타고 있다. 일반 슬라이더보다 구속은 느리지만 횡으로 휘는 움직임이 크다.
최신 이론에 관심이 많은 로사도 투수코치가 한화 투수들에게도 스위퍼 그립을 알려줬는데 실제 경기에서 제대로 쓰는 투수는 한승주가 유일하다. 그는 “3월초 연습경기 때 로사도 코치님이 스위퍼를 추천해주셔서 던져봤는데 각이 크고 많이 휘더라. 그때부터 연습해 지금도 계속 던지고 있다”고 밝혔다.
처음 던질 때부터 손에 잘 맞아 빠르게 습득한 한승주는 “슬라이더와 스위퍼는 그립과 던지는 법이 다르다. 슬라이더는 손끝에서 직구처럼 채야 하는데 스위퍼는 손목을 눕혀 공에 회전을 준다”며 “스위퍼가 우타자 상대로 좋아 앞으로도 계속 잘 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올해 한승주는 우타자 상대 WHIP 0.88, 피안타율 2할1푼4리로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도 “로사도 코치가 스위퍼 그립과 던지는 방법을 알려줬는데 한승주가 잘 습득했다. 본인이 이 공을 좋아하고, 그만큼 믿음이 있다. 우타자 상대로 낭비되는 공 없이 스위퍼를 현명하게 잘 쓰고 있어 나도 만족스럽다”고 평가했다.
부산고를 졸업하고 지난 2020년 2차 2라운드 전체 18순위로 한화에 지명된 한승주는 선발 자원으로 육성됐다. 올해 스프링캠프까지 선발로 준비했지만 불펜으로 보직을 바꿔 개막 엔트리에 들었다. 트랙맨 기준 최고 150km까지 던질 정도로 공에 힘이 있고, 도망가지 않는 공격적인 몸쪽 승부가 높이 평가된다.
한승주는 “타이트한 상황에 자주 나가는데 선발할 때 몰랐던 재미를 느끼고 있다. (정)우람 선배님, (이)태양 선배님, (강)재민이형, (박)상원이형 등 불펜 경험이 많은 선배들이 옆에서 많이 도와준 덕분에 불펜으로 적응하는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며 “선발을 할 때는 투심을 많이 던졌는데 지금은 불펜이라 포심 비율이 늘었다. 우리 불펜에 좋은 선배님들이 많아 1이닝만 막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힘 있게 던지다 보니 구속도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리그 최다 78경기에 등판한 김범수를 말하며 “선발할 때는 몰랐는데 작년에 많은 경기에 나간 범수형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불펜으로 계속 준비하며 경기에 많이 나가는 게 쉬운 것이 아니다”며 “저도 범수형처럼 경기에 많이 나가고 싶다. 50경기 이상을 목표로 하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