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일본 대표팀의 우승을 이끌었던 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29)의 감동적인 연설 뒤에 가려져 있었던 재미있는 일화가 공개됐다.
일본 대표팀의 WBC 우승을 이끈 쿠리야마 히데키 감독은 지난 8일 일본 TV프로그램에 출연해 WBC 우승과 관련된 여러 일화들을 이야기했다. 이중에는 야구팬들을 감동시켰던 오타니의 결승전 연설에 대한 에피소드도 있었다.
결승전에서 미국을 만난 일본은 쉽지 않은 경기가 예상됐다. 미국 대표팀에는 오타니의 팀 동료이자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인 마이크 트라웃을 비롯해 폴 골드슈미트(세인트루이스), 무키 베츠(다저스) 등 MVP를 수상한 슈퍼스타들이 즐비했기 때문이다.
오타니는 결승전을 앞두고 대표팀 동료들에게 “오늘만큼은 (미국을) 동경하지 말자. 1루에는 골드슈미트가 있고 중견수에는 트라웃, 외야에는 베츠가 있다. 야구를 한다면 누구나 드어봤을 선수들이다. 그 선수들을 동경만 해서는 넘어설 수 없다. 우승을 하기 위해 온 만큼 오늘은 그들을 동경하는 마음을 버리자. 이기는 것만 생각하자”라고 말하며 대표팀의 사기를 북돋았다.
오타니의 말대로 일본은 결승전에서 치열한 승부 끝에 3-2로 승리했다. 오타니는 9회 마무리투수로 등판해 마지막 타석에서 트라웃과 맞대결을 펼쳤다. 3볼 2스트라이크 풀카운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오타니가 트라웃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대회는 일본의 극적인 우승으로 끝났다.
결승전에서 오타니를 구원투수로 투입한 쿠리야마 감독은 “타자로 경기를 뛰면서 투수를 준비해야하기 때문에 걱정이 됐다. 하지만 오타니는 투구 준비를 확인할 때 ’괜찮습니다. 다 준비해놓겠습니다’라면서 전혀 걱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라며 감탄했다.
이어서 오타니의 결승전 연설에 대해 쿠리야마 감독은 “사실은 그 말을 하기 전에 트라웃에게 사인볼을 3다스 가량 받아뒀다”라고 웃으며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오타니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나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나는 그 연설을 듣지 못했지만 덕분에 대표팀 선수들이 (미국 선수들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그라운드에서 뛸 수 있었다”라고 오타니가 리더로서도 훌륭히 역할을 해냈다고 강조했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