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귀가 장점이다".
KIA 타이거즈는 8일 심재학(51) 신임 단장을 선임했다. 불명예 퇴진한 장정석 전 단장 후임이다. 11번 우승에 빛나는 타이거즈를 지속가능한 강팀으로 만들어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2004년부터 타이거즈에서 5년 동안 뛰었던 인연을 15년 만에 다시 이어가게 됐다.
심 단장의 영입은 파격적이다. 쉽게 생각하기 힘든 카드였다. KIA에서 선수생활을 했지만 2008시즌을 마치고 은퇴한 이후 전혀 인연이 없었다. 히어로즈에서만 10년 코치생활을 했다. 풍부한 현장경험, 김종국 감독과 고려대 1년 선배라는 인연, 야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이 발탁 배경으로 꼽힌다.
선수출신 단장의 업무 범위는 정해져있다. 전력보강의 밑그림을 그리면서 외국인 선수 영입, 트레이드, 신인 드래프트, 방출선수 영입 등 전력보강이 가장 큰 업무이다. 아울러 전력분석과 함께 퓨처스팀에서 미래를 길러내는 육성까지 도맡는다. 경기력에 관련된 모든 것을 망라한다.
KIA는 개막을 앞두고 커다란 생채기를 앓았다. 장 전단장은 자신이 트레이드로 영입한 포수 박동원(LG)과 FA 협상과정에서 뒷돈을 요구했다는 녹취록이 신고되면서 자신 사퇴했다. 심 신임단장에게는 상상하기 힘든 일일 것이다. 당연히 전임 단장의 일탈행위를 되풀이 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짚고 싶은 대목은 박동원 트레이드 과정이었다. 작년 4월 키움 주전이 아니었던 박동원을 영입하기 위해 노력을 경주했다. 주전급 내야수 김태진과 현금 10억 원, 2023 신인 2라운드 지명권을 건넸다. 가장 절실했던 포지션이 포수였던터라 오버페이를 감수하고 영입했다.
결과적으로 박동원은 LG와 4년 65억 원에 계약하고 팀을 떠났다. 결국 6개월짜리 박동원 렌탈비용으로 엄청난 비용이 들었다. 박동원이 자리를 비우자 포수는 한승택 뿐이었다. 박동원을 영입하자 제 2의 포수 김민식을 SSG에 트레이드했기 때문이었다. 또 키움의 주효상을 영입했는데 이때도 2024 신인 3라운드 지명권을 넘겨주었다.
박동원의 트레이드 결정 과정을 보면 내부적으로 트레이드의 형평성, 리스크 가능성, 여론 추이까지 수렴하는 절차가 아쉬웠다. '야구를 잘 아는' 선출 단장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면 그대로 진행됐다. FA 잔류를 시켜야 할 판국에 말도 안되는 뒷돈요구까지 하는 바람에 박동원을 잡지 못한 후유증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선수 출신 단장의 판단과 결정 과정에서 구단 내부의 조율 및 보완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앞으로도 심 신임단장이 결정하는 정책은 타이거즈의 현재와 미래를 결정한다. 그래서 중대한 결정사항에 대해서는 폭넓은 내부 논의 시스템이 동반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다행스럽게도 심 단장은 "내 장점은 열린 귀이다"라고 밝혔다. 주변에 두루두루 이야기를 듣고 정책판단을 하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심 단장은 KIA 선수시절 FA 계약을 했지만 제몫을 못하고 팀을 떠나 마음의 빚이 있다고도 말했다. 타이거즈를 다시 명문의 반열에 올리는 단장으로 그 빚을 갚는다면 그 보다 멋진 보은이 없을 것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