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메릴 켈리(35)가 KBO리그 역수출 신화를 계속해서 써내려가고 있다.
켈리는 KBO리그에서의 활약을 발판으로 메이저리그에서도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역수출’ 성공 사례다. KBO리그에 오기 전까지 마이너리그에서만 뛰었던 켈리는 2015년 SK(현 SSG)에 입단했고 4년 동안 119경기(729⅔이닝) 48승 32패 평균자책점 3.86으로 활약했다.
한국에서 한 단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 켈리는 2018시즌이 끝나고 애리조나와 계약하며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게 됐다. 켈리의 활약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이어져 통산 104경기(612⅓이닝) 39승 38패 평균자책점 3.88을 기록중이다.
켈리는 올 시즌에도 7경기(39⅓이닝) 3승 3패 평균자책점 2.75로 활약중이다. 특히 지난 6일(한국시간) 워싱턴전에서는 7이닝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10탈삼진 1실점 승리를 기록하며 올 시즌 최고의 피칭을 선보였다. 팀내에서는 에이스 잭 갈렌과 더불어 유이하게 규정이닝을 넘기고 있고 다승 2위, 평균자책점 2위, 탈삼진 2위를 달리고 있다.
놀라운 점은 켈리가 한국에서도 아주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켈리의 올 시즌 포심 평균 구속은 시속 92.0마일(148.1km)에 불과하다. 최고 구속은 94.6마일(152.2km)을 찍었다. 반면 메이저리그 포심 평균 구속은 93.8마일(151.0km)에 달한다. 켈리는 리그 평균 구속에도 미치지 못하는 직구로 빼어난 성적을 내고 있다.
비결은 다양한 구종과 빼어난 제구력이다. 메이저리그 공식통계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켈리는 포심(25.5%), 체인지업(25.3%), 커터(18.6%), 커브(16.5%), 싱커(9.9%), 슬라이더(4.2%) 등 6가지 구종을 구사한다. 특별히 의존하는 구종 없이 다양한 구종을 고루 사용하기 때문에 타자 입장에서는 켈리의 구종을 예측하기 대단히 까다롭다.
또한 미국 야구통계사이트 팬그래프에서 제공하는 지표인 ‘로케이션+’(Location+)를 보면 켈리가 빼어난 제구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로케이션+는 투수가 던지는 공의 물리적 특성(구속, 회전수, 회전효율, 수직 무브먼트, 수평 무브먼트, 릴리스 포인트 등)을 배제하고 오직 공이 들어간 위치만으로 투구의 결과를 평가하는 지표다. 반대로 투구의 위치를 배제하고 물리적 특성만을 고려해 공의 위력을 측정하는 ‘스터프+’(Stuff+)라는 지표도 있다.
켈리는 통산 스터프+가 95로 리그 평균(100)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로케이션+는 104를 기록해 빅리그에 데뷔한 2019년부터 올해까지 500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 43명 중 8위를 차지했다. 올 시즌에도 로케이션+ 104를 기록하며 리그 공동 18위를 달리고 있다. 타자가 치기 어려운 곳에 공을 던질 수 있다면 꼭 강속구를 던질 필요가 없다는 것을 켈리가 입증하고 있다.
점점 더 구속이 빨라지고 있는 메이저리그에서 켈리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남았다. KBO리그 역수출 신화의 대표주자가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