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문동주(20)와 구원 김서현(19)의 동시 출격. 한화가 자랑하는 파이어볼러 듀오가 처음으로 승리를 합작했다. 한화가 꿈꿔온 바로 그 승리 공식이 현실로 나타났다.
한화는 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벌어진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와의 홈경기를 6-2로 승리했다. KBO리그 공식 PTS 기준으로 국내 투수 최초 160km를 던진 문동주와 트랙맨 기준으로 160.1km를 뿌린 김서현의 이어 던지기가 압권이었다.
선발투수 문동주는 5이닝 3피안타 3볼넷 5탈삼진 1실점으로 막고 시즌 2승(2패)째를 올렸다. 1회 강백호에게 수비 시프트 빈곳으로 빠지는 적시타를 맞아 선취점을 내줬지만 추가 실점 없이 5회까지 막았다. 시즌 평균자책점도 2.38에서 2.28로 낮췄다.
트랙맨 기준으로 이날 문동주는 최고 159.9km, 평균 153km 직구(51개) 중심으로 커브(22개), 슬라이더(9개), 체인지업(4개)을 구사했다. 직구 제구가 잡히지 않아 볼넷 3개를 허용했지만 주무기 커브 제구가 잘 이뤄졌다. 평균 126km 느린 커브가 직구를 보완했다. 하이 패스트볼을 던지다 높은 곳에서 뚝 떨어지는 커브에 타자들이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여기에 최고 147km 고속 슬라이더도 결정구로 쓰며 2개의 삼진을 뺏어냈다. 직구, 커브, 슬라이더 3가지 구종을 고르게 섞으며 안정된 경기 운영 능력까지 보였다. 투구 템포를 빠르게 가져가면서도 주자가 있을 때 잠시 템포를 늦추는 등 주자 견제 능력도 향상됐다. 강속구만큼 멘탈도 단단했다. 1회 1사 1,3루에서 강백호에게 수비 시프트 빈곳으로 빠지는 안타를 맞아 1실점했지만 다음 타자 문상철을 초구 커브로 3루 땅볼을 유도, 5-4-3 병살로 이닝을 끝냈다.
멘탈적으로 흔들릴 만한 상황을 빠르게 극복한 것이 돋보였다. 경기 후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문동주 스스로 위기를 해결했다. 문동주가 1실점으로 선발 역할을 해준 덕분에 역전할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문동주는 이 상황에 대해 “땅볼 유도를 위해 몸쪽으로 던졌다. 안타가 되면서 실점했지만 땅볼을 유도한 것에 만족했다”며 어린 나이답지 않은 성숙한 대답을 내놓았다.
투구수 86개로 문동주가 내려가자 6회에는 김서현이 마운드에 올랐다. 첫 타자 조용호를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앤서니 알포드와 강백호를 연이어 삼진 잡는 구위를 과시했다. 알포드는 몸쪽 떠오르는 직구로, 강백호는 낮게 떨어지는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뺏어냈다. 문상철을 중견수 뜬공 처리하며 1이닝 무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임무를 다했다.
6-1로 여유 있게 앞선 상황이라 홀드 조건은 아니었지만 3경기 연속으로 무실점 행진을 이어간 김서현은 시즌 평균자책점을 3.86에서 3.38로 낮췄다. 최고 157.4km, 평균 154km 직구(17개) 중심으로 슬라이더(4개), 투심(1개)을 간간이 섞었다.
문동주와 김서현이 같은 경기에 등판한 것은 이날이 두 번째. 지난달 30일 대전 NC전에 문동주가 선발로 나선 뒤 김서현이 7회 3번째 투수로 구원등판했다. 당시 문동주가 6이닝 4실점, 김서현이 ⅔이닝 무실점으로 막았으나 팀이 1-4로 패하면서 크게 화제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 두 번째 동시 출격 경기는 승리로 이어지면서 한화가 꿈꿔온 그 모습이 연출됐다. 문동주는 이미 한화에 없어선 안 될 핵심 선발로 자리잡았고, 김서현도 장차 한화의 마무리를 꿈꾸며 1군에 연착륙 중이다. 김서현은 “(팀에서) 선발을 시키면 해야 하지만 처음부터 지금까지 제 꿈은 마무리”라며 클로저 도전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선발 문동주의 승리, 마무리 김서현의 세이브. 한화가 그려왔던 꿈의 미래가 머지않은 것 같다. 문동주는 “서현이와 같이 잘 던져서 기분이 좋다. 둘 다 1군에서 잘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모습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런 모습이 더 많이 나올 수 있게 하겠다”며 김서현과 함께 만들어갈 승리 공식을 기대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