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누가 엉덩이 두드리면서 해줄 순 없다.”
‘천재 유격수’ 김재호(38)가 1군에서 빠졌다고 주전 유격수 육성을 소홀히 할 순 없다. 오히려 이를 기회로 삼고 차기 주전 유격수를 노리는 어린 선수들에게 더 큰 책임감과 주인 의식을 불어넣으려는 이승엽 감독이다.
두산 베어스는 지난 5일 베테랑 유격수 김재호와 신인 투수 김유성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대신 투수 이형범과 박정수를 콜업하며 내야수 1명을 줄이고 투수 1명을 늘렸다. 당시 이 감독은 “야수가 한 명 빠졌어야 했는데 베테랑 김재호 선수가 희생을 해줬다. 우리 팀이 앞으로 가야하는 방향성을 고려했을 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라고 설명했다.
2021시즌에 앞서 3년 25억 원에 FA 계약한 김재호는 계약 마지막 해를 맞아 호주 스프링캠프서 절치부심을 외쳤지만 시즌 11경기 타율 1할4푼3리 2타점 부진에 시달렸다. 그라운드 밖에서는 후배들의 귀감이 되며 내야수 육성에 힘을 보탰으나 결국 마운드 보강의 희생양이 되며 잠실이 아닌 이천에서 최소 열흘의 시간을 보내게 됐다.
완벽한 리빌딩이란 베테랑이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후배에게 전수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김재호는 천재 유격수라 불리며 지난 2015년과 2016년 2년 연속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1군 1656경기 4909타석이라는 범접할 수 없는 커리어도 보유하고 있다. 김재호는 이에 힘입어 2017시즌에 앞서 4년 총액 50억원, 2020시즌을 마치고 3년 총액 25억원에 각각 FA 계약에 골인했다.
6일 잠실에서 만난 이승엽 감독은 “김재호가 빠져서 우려가 많다. 경기에 안 나가더라도 연습할 때 많은 도움을 줬는데 그런 역할 하는 선수가 없어졌다. 우리 팀은 2루수, 유격수 포지션이 가장 약한 편이다”라고 걱정의 시선을 드러냈다.
그러나 김재호가 없다고 리빌딩의 고삐를 늦출 순 없는 법. 두산은 그가 은퇴를 하거나 계약이 만료되기 전에 어떻게든 차기 주전 유격수를 발굴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김재호가 없는 열흘이 젊은 유격수들에게는 자립심을 키우는 시간이 될 수 있다. 두산은 현재 이유찬과 전민재가 번갈아가며 유격수 포지션 경험을 쌓고 있다.
사령탑은 남겨진 이들의 정신 무장을 요구했다. 젊은 내야수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김재호의 뒤를 이어 두산의 주전 유격수를 맡는 것이다. 이 감독은 “물론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만 어린 선수들도 프로 선수라 응석받이가 되면 안 된다. 어리다고 생각하지 말고, 중심이 돼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책임감, 의욕, 욕심을 더 가져야 한다. 언제까지 누가 엉덩이를 두드리면서 해줄 순 없다”라고 단호한 메시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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