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화의 스프링캠프 투수 부문 MVP는 외국인 선수 펠릭스 페냐(33)였다. 캠프 MVP는 국내 선수, 대개 저연차 선수들에게 돌아가곤 한다. 외국인 선수로는 보기 드물게 캠프 MVP에 선정될 만큼 내부적으로 페냐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했다.
지난해 7월 대체 선수로 한화에 합류한 페냐는 13경기(67⅔이닝) 5승4패 평균자책점 3.72 탈삼진 72개로 재계약에 성공했다. 마지막 6경기 4승1패 평균자책점 2.36으로 좋았다. 34⅓이닝 동안 삼진 40개를 잡아내며 구위를 뽐냈다.
타구에 코뼈를 맞는 불운으로 시즌을 3주가량 일찍 접었지만 한화는 페냐의 적응력을 높이 사며 재계약했다. 부상 리스크를 안고 버치 스미스를 영입한 것도 계산이 서는 페냐에 대한 믿음이 있어 가능했다.
기대대로 스프링캠프 때 순조롭게 페이스를 끌어올린 페냐는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도 4이닝 1실점으로 기세를 이어갔다. 두 번째 등판에서 3이닝 7실점으로 무너졌지만 시즌 개막을 앞두고 사이클상 나쁘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4월 개막 한 달간 기복이 심했다. 5경기(23이닝)에서 1승3패 평균자책점 5.48로 흔들렸다. 잘 던지다가도 제구 난조로 갑자기 무너지는 모습을 반복했다. 무엇보다 5이닝 3경기, 4이닝 2경기로 이닝 소화력이 아쉬웠다. 개막전 2⅔이닝 60구를 끝으로 방출된 스미스 공백으로 불펜 이닝 소화 부담이 컸던 한화로선 페냐의 부진이 아쉬웠다.
하지만 5월 첫 등판이었던 지난 4일 잠실 두산전에서 안정을 찾았다. 6이닝 5피안타 3볼넷 1사구 10탈삼진 2실점으로 시즌 첫 퀄리티 스타트에 성공하며 2승째를 올렸다. 2실점도 수비 시프트로 빗맞은 타구가 안타가 된 것으로 운이 없었다. 6회 마지막 타자 강승호를 헛스윙 삼진 처리한 페냐는 크게 포효하며 팀이 바라던 그 모습을 보여줬다.
페냐는 “팀이 연승을 거둘 수 있어 좋았다. 그동안 열심히 준비했는데 결과가 따라주지 않았다. 이닝을 마친 뒤 ‘해냈다’는 느낌이 들어 나도 모르게 포효를 했다”며 “사실 개막 이후 알러지 반응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고 밝혔다. 봄철 미세먼지와 꽃가루 영향으로 몸에 알러지 반응이 일어났고, 감기까지 걸리면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투구 밸런스에도 자연스레 영향을 미쳤다.
한 번쯤 로테이션을 건너뛰며 컨디션 조절을 할 만했지만 스미스가 빠진 상황에서 그럴 여유가 없었다. 페냐는 “외국인 투수 1명이 없다고 해서 부담감을 느낀 건 아니다. 내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한 것일 뿐이다”며 “불펜 피칭으로 기술적 부분을 점검하면서 구종 로케이션을 찾는 데 집중했다. 그동안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 두산전에서 결과가 나왔다”고 답했다.
지난겨울 태어난 첫 딸과 아내가 같이 한국에서 생활 중인 페냐는 “가족과 함께 지내는데 너무 좋다. 이제 한국이 집처럼 느껴진다. 타국에 있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며 웃은 뒤 “남은 시즌 기록적인 목표는 없다. 시즌 끝까지 마운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말로 5월부터 본격적인 반등을 다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