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3년차 좌완 투수 김기중(21)은 지난 4일 잠실 두산전에서 8회 구원등판했지만 안타 3개, 볼넷 1개를 허용하며 1실점했다. 10-2로 크게 앞선 상황이라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았지만 김기중 개인적으로는 ‘미스터 제로’ 행진이 깨진 순간이었다.
이날 등판 전까지 김기중은 시즌 첫 10경기에서 9⅓이닝 1실점을 기록하고 있었다. 1실점도 비자책점으로 평균자책점 0.00. 한화 불펜의 새로운 왼손 자원으로 힘을 보태고 있었다. 4일 두산전도 1실점하긴 했지만 계속된 2사 1,3루에서 전민재를 3구 삼진 처리하며 추가점을 주지 않았다.
시즌 11경기에서 아직 승리, 홀드는 아직 없지만 10⅓이닝 2실점(1자책)으로 평균자책점 0.87. 피안타율이 1할6푼7리에 불과하다. 특히 좌타자 상대 22타수 3안타로 피안타율이 1할3푼6리밖에 되지 않는다. 볼넷 8개를 내준 게 아쉽지만 탈삼진 9개로 구위를 보여주고 있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불펜투수로서 김기중의 활약이 놀랍다. 기대 이상이다. 맨 처음 봤을 때보다 훨씬 좋아졌다. 경기 운영 능력도 신인 티를 벗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유신고 출신 김기중은 지난 2021년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한화에 상위 지명된 좌완 유망주. 2021년 첫 해 15경기(13선발) 2승4패 평균자책점 4.70을 기록하며 선발로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난해 5경기 2패 평균자책점 6.00으로 주춤했지만 퓨처스리그에서 꾸준히 선발로 경험을 쌓았다.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불펜으로 보직을 바꿨다. 팀 내 불펜에 좌완 투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새 도전에 나섰다. 1군 스프링캠프에 들지 못했지만 현역 시절 통산 96홀드 35세이브를 기록한 특급 불펜 출신 박정진 퓨처스 투수코치가 맨투맨으로 붙어 김기중에게 노하우를 전수했다.
김기중은 “캠프 때부터 박정진 코치님이 선발과 불펜의 차이를 알려주셨다. 불펜으로서 경기 준비 방법부터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승부해야 하는지 디테일하게 알려주신 게 도움이 되고 있다. 항상 첫 타자와 싸움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모든 공을 전력으로 던지고 있다”며 “선발 보직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제 자리가 있는 게 아니니 어떤 보직이든 기회를 주시면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펜으로 던지면서 직구 구속도 눈에 띄게 상승했다. 평균 구속이 지난해 139.3km에서 올해 142.2km로 올랐다. 수직 무브먼트가 좋은 직구와 함께 슬라이더 구사 비율도 늘었다. 그는 “비시즌 때 몸을 잘 만들어서 구속이 오른 것 같다. 주로 좌타자 상대로 많이 나서면서 슬라이더를 많이 던지게 됐다”고 설명하며 “위기 상황에서도 자신 있게 던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득점권에서 11타수 1안타로 피안타율(.091)이 1할도 되지 않는다.
오는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예비 명단에도 든 김기중은 “지금 내가 그런 걸 생각할 때는 아니다. 오늘 당장 경기에 집중해야 한다”며 “지난해 부상도 있고, 좋지 않았는데 올해는 아프지 않고 한 시즌을 잘 치르고 싶다. 지금 페이스를 시즌 끝까지 잘 유지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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