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는 윈나우를 해야 하는 선수들과 육성해야 하는 선수들이 모두 모인 팀이다. 기이한 선수단 구성 속에서 교집합에 속하는 선수도 있기 마련. 주전 유격수 김주원(21)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과정을 겪는 NC는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할 수밖에 없다. 경기를 거듭하면서 나오는 실수와 시행착오의 과정은 필연적이다. 이러한 과세의 시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구단에도 선수에게도 좋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과세의 시간과 경험치가 비례하는 것을 감안하면 인내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김주원은 과세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21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로 지명을 받은 김주원은 이 해 후반기, 전격적으로 1군에 콜업됐다. 코로나19 방역수칙 파문이 선수단을 덮치자 그 덕에 1군 한 자리를 책임지게 됐다. 구단은 성찰의 시간이었지만 김주원의 성장에 한해서는 반가운 시간이었다. 부담이 없는 상황에서 김주원은 경험치를 쌓아가며 성장했고 입단 3년차에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차게 됐다. 지난해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노진혁(롯데)에게 적극적이지 않았던 이유도 김주원의 존재 때문이다.
지난해 김주원은 96경기 타율 2할2푼3리(273타수 61안타) 10홈런 47타점 OPS .723의 기록을 남겼다. 만 20세 시즌에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유격수는 장종훈(1988년, 12개), 오지환(2010년, 13개) 김하성(2015년, 19개) 그리고 김주원까지 단 4명 뿐이다.
스위치히터 거포 유격수 계보에 첫 발을 내딛었다. 올해는 본격적인 풀타임 주전 유격수로 나서고 있다. 타석에서는 이제 NC에서 경계해야 할 타자 중 한 명으로 거듭났다. 타율 2할6푼6리(94타수 25안타) 3홈런 13타점 4도루 OPS .741의 성적.
다만 거침없이 성장하는 김주원의 발목을 붙잡는 것은 수비와 삼진 숫자다. 현재 김주원은 유격수로 230이닝을 소화하며 8개의 실책을 범하고 있다. 리그 최다 실책이고 상대적으로도 많은 편이다. 또한 오재일(삼성)과 함께 34삼진을 당하며 최다 삼진 1위에도 올라있다.
노림수를 쫓는 유형이 아니다. 투수가 공을 놓는 순간에 스윙이 시작되고 이후 공의 궤적을 쫓아가는 스윙을 한다. 맞으면 큰 타구가 나오지만 헛스윙과 삼진이 많은 이유도 이 때문.
그럼에도 강인권 감독은 김주원에 대해 "계속 성장하고 있고 송구쪽 불안감도 거의 보이지 않는 듯 하다. 또 투수 대처 능력도 좋아졌다. 삼진에 위축되지 않고 자기 타격을 그대로 하는 것만으로도 괜찮다. 성장세가 빨라지고 있다. 또 직구를 노리다가 변화구가 올 때 무릎을 움직이면서 컨택하는 모습도 작년보다 나은 모습"이라고 칭찬했다.
김주원 스스로는 "유격수로 수비에 더 도움이 되고 싶은데 잘 안됐다. 삼진을 당하는 것도 싫기는 한데 그래도 경험이 쌓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줄 것 같기도 하다. 지금 상황에 집중을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장단점이 확실하다. 하지만 어리고 전도유망한 것은 분명하다. 그렇기에 만 25세 이하, KBO리그 데뷔 4년차 이하 선수들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승선이 유력하다. 유격수 자원 가운데서는 동 나이대에서 김주원을 능가할 선수가 없다. 구단 내부에서도 내심 김주원의 아시안게임 승선을 기대하고 있다.
김주원은 이에 생각을 확고히 했다. 그는 "이렇게 빨리 팀의 주전 유격수가 될 줄은 몰랐다"라면서도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뽑히면 당연히 좋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 나는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타격보다는 수비에 더 집중해서 태극마크를 달 때도 떳떳하게, 부끄럽지 않게 달 수 있어야 할 것 같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스스로에게도 태극마크는 자부심이다. 그렇기에 쉽게 얻을 수 없는 명예에 걸맞는 선수가 되겠다는 다짐이다.
만약 김주원이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승선하고 금메달까지 목에 걸게 된다면 NC 입장에서는 그동안 냈던 세금이 아깝지 않게 된다. 성장세가 뚜렷한 선수이기에 단점이 옅어진다면 향후 주전 유격수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어마어마한 환급금을 받게 되는 셈이다.
또한 NC는 2루수 박민우와 올 시즌을 앞두고 5+3년 최대 140억 원 FA 계약을 체결했다. 김주원 역시도 만약 병역혜택을 받게 될 경우 NC는 주전 키스톤 콤비를 모두 장기계약으로 묶는 행복한 상상을 하게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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