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의 미래라고 생각했던 루키 투수가 현재가 됐다. 에이스들과의 일전에서도 밀리지 않는 기백을 보여줬다. 150km의 시대에서도 살아남는 그 무언가를 갖추고 있다. KIA 타이거즈 루키 5선발 윤영철(19)의 얘기다.
윤영철은 지난 3일 롯데전 선발 등판해 5이닝 5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의 역투를 펼치면서 팀의 10-2 대승을 이끌었다. 롯데의 9연승을 멈춰세운 역투. 윤영철에게는 잊지 못할 KBO 첫 승이기도 했다.
윤영철은 150km를 던지지 않는다. 심지어 140km도 버겁다. 하지만 윤영철은 구속 이상의 무언가로 프로 무대에 호기롭게 도전장을 내밀었고 선배들을 상대로 기싸움에서도 밀리지 않고 있다.
특히 3일 롯데전은 4월 평균자책점 1.34에 빛나던 리그 최고 투수 나균안을 상대로 완승을 거뒀다. 앞서 4월27일 NC전에서도 5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쳤는데 상대는 리그 대표 좌완 에이스 구창모였다. NC전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윤영철이 버텨주면서 KIA는 5-0으로 승리했다. 이 정도면 에이스 킬러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 에이스 킬러의 무기는 디셉션과 커맨드다. 와인드업 이후 왼손이 몸 뒤에 완전히 숨어있다. 공을 숨기고 던지기 때무에 타자의 구종 파악이 쉽지 않다. 대응 속도는 당연히 느려진다. 구속 이상의 위력을 가지는 이유다. 그리고 이 공이 제구까지 된다. 원하는 코스에 공을 정확하게 뿌릴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또한 구속에 드러나지 않는 구위를 갖추고 있다. '스포츠투아이'의 투구추적시스템(PTS)에 의하면 윤영철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37.4km에 불과하다. 하지만 수직 무브먼트가 32.6cm에 달한다. 중력에 의해 공은 던진 뒤 자연스럽게 떨어지지만 윤영철은 32.6cm만큼 덜 떨어진다는 의미다. 50개 이상의 패스트볼을 던진 투수들 가운데 14위다. 분당 회전수(RPM) 역시 2743.2로 리그 8위권이다. 159km를 던지는 안우진(키움)의 분당 회전수인 2754.6과 큰 차이가 없다. 구속은 하위권일지라도 구위는 리그 최상위권이다.
김종국 감독은 현재의 활약상만으로도 만족스럽다. 그저 지금처럼만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김종국 감독은 "커맨드, 디셉션이 좋고 운영이 안정되어 있다. 사실 큰 기대는 안했다. 19세 고졸 루키가 이정도 해주는 것만으로도 감독 입장에서는 더할나위 없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구창모, 나균안을 상대로 훨씬 더 잘 막아줘서 앞으로가 기대가 되지만 본인 부담이 될 수도 있다"라고 웃었다.
구속도 추후에 고민하기로 했다. 김 감독은 "본인도 구속이 더 잘 나왔으면 하는 바람도 있을 것이고 아쉽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 코칭스태프는 지금 구속 욕심 내다가는 장점까지 다 잃어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1군에서 풀타임 선발을 돌게 되면 본인이 하던대로 놔둘 것이다"라면서 "시즌이 끝나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늘리고, 드라이브라인 등을 병행하면서 다른 훈련 방법을 도입을 한다면 조금씩 구속도 늘어나고 더 좋아질 것이다. 시즌 끝나고 생각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아직 잠재력의 조금 밖에 보여주지 못했다. 과연 윤영철의 성장은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