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선수에서 90억 FA 4번타자로 도약한 채은성(한화)이 그의 성공 노하우를 한화 이글스 선수단에 주입하고 있다.
채은성은 지난 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과의 시즌 6차전에 4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1홈런) 4타점 1볼넷 2득점 활약으로 팀의 6연패 뒤 2연승을 이끌었다.
1회 유격수 땅볼로 경기장 분위기를 익힌 채은성은 1-0으로 앞선 4회 1사 후 중전안타를 치며 4월 30일 대전 NC전 이후 3경기 만에 안타를 신고했다. 이어 김인환의 달아나는 2점홈런 때 득점까지 올렸다.
홈런은 3번째 타석에서 나왔다. 3-2로 근소하게 앞선 5회 무사 만루 찬스. 채은성은 두산 신인투수 김유성을 만나 초구 볼 이후 2구째 직구(146km)를 받아쳐 좌월 그랜드슬램으로 연결했다. 4월 20일 대전 두산전 이후 11경기 만에 나온 시즌 5호 홈런이었다. 이는 KBO리그 시즌 5호, 통산 1020호이자 개인 7호 만루홈런이었다.
경기 후 만난 채은성은 “요 근래 계속 어려웠는데 필요한 상황에 점수를 낼 수 있어서 좋았다”라며 “만루홈런은 사실 맞는 순간 홈런이라고 판단하기에는 야구장이 너무 컸다. 외야로 깊은 타구를 보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잘 뻗어서 기분이 좋았다. 좋은 밸런스 덕분에 홈런이 나왔다”라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채은성은 지난해 11월 6년 최대 90억 원에 LG를 떠나 한화와 FA 계약했다. 이후 개막과 함께 4월 중순까지 4할에 육박하는 타율로 가치를 입증했지만 4월 26일 사직 롯데전 무안타를 시작으로 3일 잠실 두산전까지 타격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졌다. 최근 10경기 타율이 1할3푼2리(38타수 5안타)에 머무르며 팀의 6연패를 지켜봐야 했다.
채은성은 “매 번 잘 치면 좋겠지만 야구가 쉬운 스포츠가 아니라서 당연히 떨어질 때가 있다. LG 시절과 다르게 올해는 이상하게 초반부터 모든 상황이 잘 풀려서 안 그래도 떨어질 거라고 예상했는데 팀이 연패까지 당해서 힘들었다. 어려운 코스로 공이 많이 왔다”라며 “잘 맞은 타구가 정면으로 가면서 스윙을 하는 횟수 또한 적어졌다. 과감하게 쳐야할 때 그러지 못했다. 코치님이 과감하게 하자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라고 부진했던 기간을 되돌아봤다.
정면 타구 불운에 대한 아쉬움을 빨리 털어낸 것도 반등에 도움이 됐다. 채은성은 “공이 배트에 맞은 이후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래서 잘 맞은 타구가 정면으로 향하는 아쉬움은 빨리 털어버리는 편이다. 그것만 생각하면 다음 타석, 다음 날까지 힘들어진다. 그럴 때는 좋은 일 많이 하고, 동생들 밥도 많이 사주면 된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채은성은 팀의 중심타자답게 이런 노하우를 후배들에게도 꾸준히 전수하고 있다. 그는 “애들한테 거기에 빠지면 더 힘들어지니 다음 공만 생각하라는 조언을 해준다. 타구가 잘 맞고 난 이후 호수비로 잡히는 건 어쩔 수 없다”라며 “과거 박용택 선배님이 적금이라는 말을 하셨는데 그 말이 맞다. 결국 나중에 다 돌아온다”라고 밝혔다.
2009년 LG 육성선수로 입단해 90억 원을 받는 대형타자로 성장한 채은성은 신한불란(信汗不亂)이라는 사자성어가 적힌 헬멧을 쓰고 경기에 나선다. 사자성어 밑에는 ‘흘린 땀을 믿으면 흔들리지 않는다’라는 풀이도 적혀 있다. 이는 지금의 채은성을 있게 한 말이며, 채은성은 이러한 정신을 꼴찌가 익숙한 이글스 선수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채은성은 “어릴 때는 노력하면 배신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야구를 했다. 그런데 배신을 하더라”라며 “야구를 계속 1군에서 하다보니 중요한 건 멘탈을 꽉 잡는 것이다. 흔들리지 않는 선수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을 되새기기 위해 신한불란을 썼다”라고 배경을 밝혔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