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했는데…일본서 온 100만 달러 외인들의 배신, KBO 속수무책 '외화 낭비'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3.05.05 10: 00

설마 했던 리스크가 이렇게 빨리 터질 줄 몰랐다. 일본에서 건너온 100만 달러 외국인 투수들의 배신에 KBO리그 구단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한화 버치 스미스(33)에 이어 SSG 에니 로메로(32)까지 조기 방출됐지만 돈은 두둑하게 챙겨갔다. 심각한 외화 낭비다. 
SSG는 지난 4일 새 외국인 투수로 좌완 로에니스 엘리아스 영입을 발표했다. 스프링캠프 때 어깨 부상을 당한 뒤 기약없이 휴업 중이던 좌완 로메로의 방출도 공식화됐다. 지난달 19일 한화에서 방출된 우완 스미스에 이어 올해 2호 방출 외인이 됐다. 
로메로와 스미스는 나란히 신규 외국인 선수 상한액 100만 달러에 계약하며 외국인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다. 둘 다 인센티브 20만 달러를 제외해도 보장 연봉만 80만 달러에 달한다. 그런데 로메로는 공 하나 안 던진 채 끝났고, 스미스는 개막전 2⅔이닝 60구가 전부였다. 둘 다 어깨 부상을 이유로 이탈했다. 

버치 스미스, 에니 로메로. /OSEN DB

한국에 올 때부터 두 선수는 커리어 내내 부상이 잦은 ‘인저리 프론(Injury Prone)’으로 기대만큼 우려가 적지 않았다. 미국 메이저리그 시절부터 지난해 일본에서까지 스미스는 팔꿈치·팔뚝·사타구니·옆구리·손가락 등 여러 부위를 다쳤고, 로메로도 허리·팔뚝에 이어 어깨 부상을 반복했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일본에서 검증된 투수들로 매력적인 카드였다. 로메로는 2019~2020년 주니치 드래건스, 2021~2022년 지바 롯데 마린스에서 4년을 몸담았고, 스미스도 지난해 세이부 라이온즈에서 뛰었다. 일본에서 성적도 꽤 준수했다. 지난해 로메로는 20경기(115이닝) 8승9패 평균자책점 3.36, 스미스는 20경기(38⅓이닝) 1승1세이브4홀드 평균자책점 3.29 탈삼진 39개를 기록했다. 
한국보다 상위 리그인 일본에서 경쟁력 있는 투구를 했고, 아프지만 않으면 성공할 수 있는 투수로 평가됐다. 어느 정도 부상 리스크도 감수했지만 둘 다 이렇게 빨리 터질 줄 몰랐다. 로메로는 지난 3월6일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삼성과의 연습경기 때 3회 어깨를 부여잡은 뒤 사라졌고, 시범경기까지 컨디션을 잘 끌어올린 스미스는 4월1일 키움과의 개막전 선발로 나섰으나 2⅔이닝 60구 만에 어깨 통증으로 자진 강판했다. 
3회 한화 선발 스미스가 몸 이상 밝힌 후 자진 강판하고 있다. 2023.04.01 / soul1014@osen.co.kr
기다릴 여유가 없었던 한화가 빠르게 방출을 결정했고, SSG도 시간을 오래 끌지 않았다. 보장 연봉 80만 달러가 허공에 날아갔다. 한화는 리카르도 산체스를 40만 달러에, SSG는 엘리아스를 54만 달러에 영입했다. 대체 선수 영입에 드는 추가 비용까지 그야말로 외화 낭비가 아닐 수 없다. 
한화와 SSG 모두 외국인 투수 부상에 이골이 났지만 또 한번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전력이 약한 한화는 스미스 공백으로 직격탄을 맞아 4월을 꼴찌로 망쳤다. 뎁스가 두꺼운 SSG는 선두권 싸움을 하고 있지만 외국인 투수가 정상 가동됐다면 더 좋은 성적이 가능했다. 두 팀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두산도 전년도 MVP 투수 아리엘 미란다가 어깨 부상으로 장기 휴업했고, 3경기 7⅔이닝만 던지고 7월에 방출됐다. 총액 190만 달러를 날린 두산은 9위로 추락했다.
외국인 선수 쿼터가 3명으로 제한돼 있는데 교체도 2회만 가능한 상황에서 부상 리스크가 터지는 팀은 시간과 비용을 허비하게 된다. 더 이상 외화 낭비를 막기 위해선 제도적으로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 지난달 10개 구단 단장들이 모인 KBO 실행위원회에서 이와 관련한 논의가 있었다. 외국인 1군 등록 숫자는 유지하되 보유 숫자를 늘리거나 부상시 일시 대체 선수 영입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SSG 로메로가 어깨 통증을 호소하며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2023.03.06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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