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야수 실책이 나와도, 타자들이 득점권에서 침묵해도 동요하지 않는다. 의연하게 마운드에서 자신의 몫을 다할 뿐이다. 김민우(한화)는 그렇게 꼴찌팀의 성숙한 에이스가 됐다.
김민우는 지난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과의 시즌 5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1피안타 4볼넷 6탈삼진 1실점(비자책) 호투로 시즌 첫 승(2패)을 신고했다. 팀의 6연패 탈출을 이끈 에이스의 역투였다.
경기 후 만난 김민우는 “연패를 끊어서 너무 좋다. 정말 이기고 싶었는데 팀원들 모두 한 마음으로 집중력 잃지 않고 싸웠다”라며 “타선의 득점 지원도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마운드에서 내려오기 전까지 내 역할을 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계속 다음 이닝을 준비할 뿐이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물론 승리로 향하는 길은 험난했다. 이날 전까지 6경기 8득점에 그친 타선이 1회 1사 2루, 3회 2사 1, 2루, 4회 1사 만루, 6회 1사 1, 2루 등 숱한 득점권 찬스서 밥상을 걷어찼다. 설상가상으로 2회 1사 1, 2루 위기에서 3루수 노시환이 공을 뒤로 빠트리는 포구 실책을 범하며 첫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그럼에도 토종 에이스는 의연했다. 김민우는 “연패를 무조건 끊어야하기 때문에 이기는 것만 신경 썼다. 이기려면 내가 마운드에서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라며 “2회 실책 때도 (노)시환이가 자신감을 잃지 않기를 바랐다. 실책하면 되게 미안해하는데 의기소침할까봐 괜찮다고 해줬다. 나 또한 올라갈 때마다 매 번 점수를 준다”라고 웃으며 성숙한 마인드를 뽐냈다.
타선 침묵과 실책에도 6회까지 두산 타선을 1실점으로 봉쇄한 김민우. 그러자 타자들이 마침내 7회 8득점 빅이닝을 만들며 응답했다. 김민우는 “너무 좋았다”라고 아이처럼 웃으며 “정말 오랜만에 큰 점수가 났다. 점수가 나면서 나 또한 7회 등판하지 않는 걸로 바뀌었다. 선수들끼리 파이팅을 외치면서 승리를 직감했다”라고 말했다.
이날은 김민우가 시즌 첫 승을 거둔 날이기도 했다. 4월 한 달 동안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6.12로 고전했지만 4월 27일 사직 롯데전 6이닝 3실점으로 감을 잡은 뒤 이날 마침내 토종 에이스의 면모를 되찾았다.
김민우는 “최근 커브를 많이 활용하면서 좋아진 느낌이다”라고 비결을 밝히며 “매 시즌 조금씩 소화 이닝이 늘고 있다. 올 시즌 또한 작년보다 더 많은 이닝 목표로 열심히 해보겠다”라고 남다른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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