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으면 안되는 존재이다".
KIA 타이거즈 사이드암 임기영(29)의 보직은 중간투수이다. 작년까지 그가 맡았던 선발자리는 신인투수 윤영철(19)이 차지했다. 그런데 임기영이 윤영철의 첫 승을 만드는 사전 정지 작업을 했다. 4이닝을 소화해주며 아껴준 불펜투수들이 다음날 윤영철의 첫 승을 만들어주었다.
임기영은 1이닝에서 최대 3이닝까지 던질 수 있다. 슬라이더와 투심, 체인지업이 좋아 좌우타자를 가리지 않고 멀티이닝이 가능하다. 선발투수 뒤에서 대기하다 바로 투입된다. 주로 이닝소화력이 약한 이의리, 윤영철, 메디나 뒤에 나온다. 힘든 보직이지만 팀을 위해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임기영의 가치를 보여준 경기는 4월30일 LG전이었다. 12-8로 승기를 잡는 듯 했으나 9회말 마무리 정해영이 볼넷과 안타를 내주고 흔들렸다. 이번에는 선발을 받치는 1+1이 아닌 마무리 투수였다. 절묘한 투구로 1이닝을 완벽하게 막고 승리를 지켰고 세이브를 따냈다.
지난 2일 롯데와의 광주경기에서도 진면목을 선보였다. 선발 메디나가 제구난조에 빠져 3이닝 소화에 그쳤다. 4회 김대유에 이어 5회부터 8회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2점을 내주기는 했지만 4이닝까지 소화하며 주간 첫 경기부터 불펜누수를 막았다. 운용할 불펜의 여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4이닝 삭제 효과는 특급루키 윤영철의 첫 승으로 이어졌다. 윤영철은 3일 9연승을 달리는 롯데 타선을 상대로 5이닝 1실점으로 막았다. 뒤를 이어 전날 힘을 비축한 전상현, 장현식, 이준영, 김기훈이 차례로 등판해 강력한 구위로 롯데의 10연승을 저지했다. 임기영이 불펜의 힘을 아껴준 덕택이었다.
임기영의 올해 성적은 9경기 1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4.76을 기록하고 있다. 본인은 불만족할 수 있지만 17이닝을 소화해주고 있다. 탁월한 제구와 마운드 운영 능력을 앞세워 경기를 만들어주는데 충실하다. 그래서 김종국 감독은 '미안하면서도 고맙다'는 마음을 절절하게 전했다.
"기영이가 전날 4이닝 투구해주어 불펜투수들을 아낄 수 있었다. (중간에서)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작년까지 선발하다 불펜하면 힘든데 너무 잘한다. 이닝 책임져주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마운드에 올라간다. 음지에서 고생 많다. 불펜에서 없으면 안되는 존재다”라고 특별한 고마움을 전했다.
동시에 향후 선발 복귀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지금은 중간이지만 앞으로 상황이 변할 수도 있다. 부상없이 지금처럼만 해주면 다른 보직 생길 수 있다"고 약속했다. 현재 5명의 선발투수를 풀타임 가동하기 어렵다. 반드시 결원이 생긴다. 그때 첫 번째 대안은 임기영이라는 것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