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판대장’ 오승환(41)이 본래 선발투수였던 것처럼 역투를 펼쳤다. 불펜이 아닌 선발에서, 1만3394명의 관중 앞에서 ‘인생투’를 펼쳤다.
오승환은 3일 대구-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5피안타(1피홈런) 6탈삼진 무4사구 3실점 역투를 기록했다.
오슨환은 KBO 커리어의 620경기를 모두 구원 투수로 등판했다. 통산 374세이브를 거두면서 한국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끝판대장’이라는 별명은 오승환의 커리어를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었다. 일본프로야구 127경기 80세이브. 메이저리그에서도 232경기 42세이브를 올리면서 ‘끝판대장’의 경쟁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오승환은 올해 구위 저하와 제구 난조가 동시에 찾아오면서 마무리 자리에서 내려왔다. 올해 10경기 1승1패 4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4.50에 그치고 있었다. 마무리 자리에서 내려왔고 감각을 찾기 위한 첫 선발 등판 경기가 열렸다.
621경기 만의 선발 등판은 오승환은 물론 KBO리그에도 많은 신기록을 가져다 줬다. 역대 데뷔 첫 선발 등판까지 최다 경기수(621경기), 역대 최고령 첫 선발 등판(40세 9개월 18일) 기록을 갈아치웠다. 종전 최다 경기 수는 336경기로 2019년 6월18일 고척 키움전에서 KT 전유수가 기록한 바 있다. 역대 최고령 첫 선발 등판 기록은 2012년 4월12일 청주 두산전에서 박찬호의 38세 9개월 13일이었다.
오승환은 1회 아쉬움이 짙었다. 선두타자 이정후는 3구 만에 투수 땅볼로 처리했다. 하지만 박천혁에게 밋밋한 슬라이더를 던지다 좌중간 2루타를 허용했다. 1사 2루의 위기에서 김혜성과 풀카운트 승부 끝에 몸쪽 슬라이더를 던졌지만 통타 당했다. 우월 투런포로 연결됐다. 시즌 3번째 피홈런.
이후 러셀에게도 우중간 2루타를 내줬지만 이원석을 유격수 땅볼, 이형종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1회를 겨우 마무리 했다. 21개의 공을 던졌다.
2회에는 순조로웠다. 임병욱을 직구와 커브 조합으로 3구 삼진을 잡아냈고 김휘집은 3개 연속 직구를 던져 헛스윙 삼진을 솎아냈다. 그러나 2사 후 이지영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고 이정후에게 좌중간 적시 2루타를 내주며 추가 실점했다. 박찬혁은 2루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면서 2회까지 마무리 지었다.
3회에는 첫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선두타자 김혜성을 2루수 땅볼로 유도했고 러셀은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잘 맞은 타구였지만 우익수 정면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원석은 1볼 2스트라이크에서 커브를 던져 헛스윙 삼진을 뽑아냈다. 3번째 탈삼진.
3회까지 47개의 공을 던진 오승환. 4회 첫 타자 이형종을 루킹 삼진으로 뽑아냈다. 임병욱을 상대로는 커브로 헛스윙 삼진을 이끌었다. 그리고 김휘집까지 1루수 파울플라이로 돌려세웠다. 2이닝 연속 삼자범퇴.
5회에도 오승환은 마운드에 올라왔다. 선두타자 이지영을 3구 만에 투수 땅볼, 그리고 이정후를 초구에 포수 땅볼로 잡아냈다. 그리고 박찬혁을 상대로 풀카운트 승부 끝에 헛스윙 삼진을 솎아냈다. 개인 최다 이닝과 투구수, 최다 탈삼진 기록 모두를 경신하면서 데뷔 첫 선발 등판에서 5이닝을 채웠다.
최고 149km의 패스트볼 34개, 슬라이더 21개, 포크볼 12개, 커브 6개로 돌직구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구종을 구사하면서 키움 타선을 요리했다. 특히 이닝을 거듭할수록 안정을 찾아가면서 선발 투수로 적응하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다음 기회까지도 기약할 수 있는 최고령 선발 투수의 적응력이었다.
하지만 오승환의 투혼이 이상적인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1회 2실점, 2회 1실점을 한 것을 삼성 타선은 극복하지 못했다. 키움 선발 아리엘 후라도의 8이닝 1실점 역투를 극복하지 못했다. 오승환은 패전투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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