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은 짐을 싸서 떠났고, 한 명은 부진에 이어 건강까지 나빠졌다. 불과 개막 한 달 만에 외국인선수 농사가 흉년이 돼버린 한화 이글스다.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지난 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시즌 4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퓨처스리그서 훈련 중인 브라이언 오그레디의 근황을 전했다. 끝없는 부진에 감기까지 걸렸다는 비보였다.
작년 12월 21일 총액 90만 달러(약 12억 원)에 이글스맨이 된 오그레디는 시범경기 12경기 타율 1할1푼4리에 이어 개막 후에도 17경기 타율 1할2푼7리 8타점 OPS .335로 침묵하며 4월 23일 전격 1군 말소됐다. 22일 대전 LG전 3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6경기 연속 안타를 치지 못하자 수베로 감독으로부터 2군행 통보를 받았다. 볼넷이 4개인 반면 삼진을 31개나 당했다.
퓨처스리그에서도 슬럼프는 계속되고 있다. 2군 첫 경기였던 4월 26일 LG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서 2루타를 신고했지만 빠르게 방망이가 무뎌지며 6경기 성적이 타율 1할9푼(21타수 4안타) 1타점에 그쳤다. 장타율 .286, 출루율 .346다.
4월 30일 NC전에서도 3타수 무안타로 침묵한 오그레디는 설상가상으로 환절기 감기에 걸렸다. 수베로 감독은 오그레디의 감기 소식을 전하며 “경기력이 꾸준하지 않은데 몸 상태도 좋지 않아 쉬어가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한화는 2023시즌 탈꼴찌를 외치며 지난해 12월 외국인선수 3인방과의 계약을 일사천리로 마무리 지었다. 12월 13일 펠릭스 페냐와 85만 달러(약 11억 원)에 재계약한 뒤 18일 에이스급 투수 버치 스미스를 100만 달러(약 13억 원), 21일 외국인타자 오그레디를 90만 달러에 차례로 영입했다.
개막 후 한 달이 지난 지금 한화가 외국인 농사를 지은 땅은 쑥대밭이 됐다. 시작은 1선발 스미스의 예상치 못한 부상 이탈이었다. 4월 1일 키움과의 개막전에서 2⅔이닝 60구 이후 어깨 통증으로 자진 강판한 스미스는 부상에 신음하며 4월 19일 웨이버 공시됐다. KBO리그 시즌 1호 퇴출 외국인선수였다. 타자 오그레디는 2군에서도 리그 적응에 애를 먹고 있으며, 유일한 1군 생존자 페냐마저 5경기 1승 3패 평균자책점 5.48로 부진하다.
한화의 5월 3일 오전 현재 성적은 25경기 6승 1무 18패 승률 .250. 외국인선수만 잘 뽑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승률은 기록하지 않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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