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의 롯데 자이언츠는 평범함 팀이 아니다. 9연승과 단독 1위라는 쾌거는 21세기 롯데 역사에서도 손에 꼽는 시즌이다. 극강의 집중력은 역사적인 시즌을 만들어가는 원동력이다.
롯데는 지난 2일 광주 KIA전에서 7-4로 승리를 거두면서 파죽의 9연승을 질주했고 단독 1위 자리를 지켰다. 이로써 롯데는 지난 2008년 7월27일(사직 한화전)부터 8월30일(사직 삼성전)까지 9연승을 달린 이후 약 15년 만에 9연승이다.
롯데의 파죽지세는 말로도, 기록으로도 설명하기 힘든 어떤 힘이 있다.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다”라는 심리적인 자신감이 기반이 되는 것은 물론, 득점을 꼭 뽑아야 하고 실점을 반드시 막아내야 하는 상황을 확실하게 해결하면서 연승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롯데 타선은 리그 중상위권이고 주요지표 10위 안에 포진한 선수들이 거의 없음에도 극강의 효율과 득점력을 과시하고 있다. 팀 타율 2할6푼5리(3위) OPS .705(4위) 홈런 12개(6위)를 기록 중이다. 이전보다 많이 뛴다고는 하지만 도루 19개(4위), 도루 성공률 79.2%(4위)도 압도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팀 내 타율 1위는 3할1푼8리의 안권수로 리그 15위 수준이다. 최다 홈런도 렉스, 전준우, 한동희가 2개 씩 기록 중이다. 최다 타점도 렉스의 17타점으로 리그 6위권이다.
이렇듯 롯데 타선은 누구하나 주도하는 선수가 없다. 달리 말하면 골고루 잘 하고 있다는 의미다. 어쩌면 팀 입장에서는 짜임새 있는 이상적인 타선이라고도 풀이할 수 있다. 그리고 현재 롯데 타선은 점수가 필요한, 클러치 상황에서 극강의 집중력을 과시하고 있다. 현재 상승세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다.
팀 득점권 타율이 3할1푼으로 리그 2위다. 황성빈(.556) 안권수(.455), 한동희(.348), 렉스(.344), 안치홍(.333), 노진혁(.313) 등 주전 라인업의 절반 이상이 득점권에서 펄펄 날았다.
득점권을 초월해서 승리 확률을 높여야 하는 상황에서 롯데는 더 무서웠다. 승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순간을 수치로 표현한 레버리지 인덱스(Leverge Index)를 따질 때 롯데 타선의 진가가 드러난다. 평상시를 1로 나타낼 때, 1.6 이상을 하이 레버리지 인덱스라고 부른다. 중요한 상황, 클러치 상황이라고 분류할 수 있는 이 상황을 롯데 타자들이 지배했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의하면 하이 레버리지 상황에서 3할 이상의 타율과 OPS .9 이상을 기록 중인 롯데 선수가 무려 7명이다. 노진혁이 타율 5할(10타수 5안타) 5타점 OPS 1.383를 기록하고 있고 렉스도 타율 5할(14타수 7안타) 8타점 OPS 1.274를 기록 중이다. 안치홍(타율 .467 6타점 OPS 1.033), 안권수(타율 .400 5타점 OPS .978), 고승민(타율 .308 6타점 OPS .950) 등이 맹타를 휘둘렀다. 현재 부상으로 이탈해 있지만 황성빈 역시도 이 상황에서 타율 8할(5타수 4안타) OPS 2.033을 기록 중이었다.
KBO의 공식통계업체인 ‘스포츠투아이’의 집계에서도 롯데는 중요 상황(레버리지 인덱스 2.0 이상) OPS는 .986으로 리그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여러 지표에서 롯데 타선은 기회를 놓치지 않는 집중력, 알토란 같은 점수로 승리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고 확인되고 있다. 질 것 같지 않다는 분위기는 기분탓이 아니다.
이제 롯데는 3일 4월의 에이스 나균안을 내세워 10연승에 도전한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