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타선이 역대급 물방망이로 전락했다. KBO리그 42년 역사상 이렇게 못 친 타선이 없었다.
한화는 지난 2일 잠실 두산전에서 0-3으로 패했다. 6회 1사까지 두산 선발 라울 알칸타라에게 노히터로 막히는 등 산발 5안타 무득점으로 0-3 패배를 당했다. 올해 25경기 중 6경기째 무득점 패배로 타선 부진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2일까지 한화는 팀 타율(.214), 홈런(9개), 출루율(.300), 장타율(.283), OPS(.583) 모두 리그 10위로 바닥을 기고 있다. 경기당 평균 3.24득점. 팀 평균자책점 7위(4.29)로 투수력은 크게 나쁘지 않지만 방망이가 터지지 않으면서 어느새 6연패를 당했다. 시즌 성적도 6승18패1무로 승률은 2할5푼까지 떨어졌다. 9위 KT에 3경기 차이로 뒤진 10위.
FA 영입한 채은성(.306)과 노시환(.316)이 3할대 타율로 분투하고 있지만 나머지 타자들은 2할5푼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문현빈(.232), 이원석(.224), 최재훈(.214), 정은원(.209), 김인환(.205), 노수광(.203), 김태연(.189), 박상언(.156), 오선진(.140), 박정현(.135), 브라이언 오그레디(.127) 등 30타석 이상 타자들이 대부분 1~2할대 타율에 머무르고 있다.
3~4번 노시환과 채은성만 조심하면 되는 타선이다. 여기서 해결하지 못하면 득점이 나기 어렵다. 개막 3주차까지 타선을 이끌었던 채은성이 최근 6경기 23타수 2안타 타율 8푼7리로 주춤하자 팀 타선 부진이 두드러진다. 이 기간 한화는 팀 타율 1할7푼, OPS .452로 총 8득점을 내는 데 그쳤다.
KBO리그 역사를 봐도 이 정도로 타격 침체가 있는 팀이 없었다. 팀 타율 2할1푼4리는 지난 1986년 청보(.219)를, OPS .583은 1993년 태평양(.595)을 넘어 KBO리그 42년 역사상 최저 기록이다.
wRC+(조정득점생산력)로 보면 더욱 심각하다. wRC+는 투고타저, 구장 특성 등 리그 환경까지 반영한 타자 생산력 지표로 평균 100이 기준이다. 통계전문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해 한화의 wRC+는 68.2로 1999년 쌍방울(71.9)보다 나쁜 역대 최악이다.
1999년 쌍방울은 IMF 사태로 모기업이 부도나면서 해체 직전에 있던 팀이었다. 박경완, 김기태, 김현욱, 조규제 등 주축 선수들을 현금 트레이드로 팔며 어렵게 팀을 연명했다. 극심한 자금난으로 원정시 여관방을 전전하거나 당일치기로 이동을 해야 할 만큼 열악한 상황이었다.
역대 최고 타고투저 시즌이었던 1999년에도 8개 구단 중 유일하게 3할 타자,와20홈런 타자가 없었다. 최태원(.239)이 유일한 규정타석 타자였고, 이동수(19개)를 빼면 두 자릿수 홈런 타자도 없었다. 김성근 감독 특유의 마운드 벌떼 야구도 역대급 물방망이 앞에선 소용없었다. 1999년 쌍방울은 28승97패1무로 KBO리그 역대 두 번째 낮은 승률(.224)을 기록한 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4년 전 해체 직전 팀과 비교해야 할 정도로 한화 타선은 처참하다. 단순히 타격 사이클을 논하기에는 수년간 누적된 문제다. 한화의 팀 OPS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간 7-7-9-9-10-9-10위로 하위권을 맴돌았다. 이 기간 매년 타격파트 코치가 바뀌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올해는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 요청으로 김남형·박윤 타격코치 체제를 2년째 유지하며 2021년 조니 워싱턴 코치 때 방향성을 이어가고자 했지만 결과가 나지 않고 있다.
앞으로 타선에 기대할 만한 반등 요소가 별로 없다는 점이 더욱 걱정이다. 오그레디를 방출하자니 시즌 초반이라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다. 기존 선수 중에선 정은원, 최재훈에게 반등을 기대할 수 있지만 팀 타선을 바꿀 만한 장타자들은 아니다. 6월 상무에서 제대할 최인호과 조한민도 어디까지나 유망주들이다. 이대로라면 정말 1999년 쌍방울을 넘어 역대 최악의 타선으로 불명예를 쓸지도 모른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