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선발 자원이었던 최승용(22)의 불펜행을 취재진에 알린 날. 두산 이승엽 감독은 “선수가 부진해서 그런 게 아닙니다”라는 말을 거듭 반복했다.
이승엽 감독은 지난 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딜런 파일의 선발 로테이션 합류로 최승용이 불펜으로 가게 됐다”라고 5월 선발진 개편 소식을 전했다.
이 감독은 2월 호주 스프링캠프서 라울 알칸타라-딜런 원투펀치에 최원준, 곽빈으로 4선발을 구축하고 나머지 한 자리를 채울 5선발 오디션을 개최했다. 긴 이닝 소화가 가능한 투수 전부가 후보였고, 이 감독과 정재훈 투수코치는 최승용, 박신지, 김동주로 최종 후보를 압축해 시범경기서 이들의 퍼포먼스를 확인하기로 했다.
그런데 딜런이 스프링캠프 막바지 훈련 도중 타구에 머리를 맞으며 골타박상을 당하는 변수가 생겼다. 딜런은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3월 7일 선수단 본진과 함께 귀국하지 못하고 호주에 남아 안정을 취했다. 이후 상태를 회복해 3월 12일 한국 땅을 밟았지만 골타박으로 인한 어지럼증 진단을 받으며 4월 내내 휴식 및 회복에 전념했다.
두산은 딜런의 예상치 못한 부상으로 선발 두 자리가 빈 채로 시범경기를 치렀다. 3대1 경쟁에서 최승용, 김동주, 박신지 가운데 1명이 탈락하는 서바이벌로 오디션이 바뀌었고, 이 감독은 이들 중 선발 경험이 가장 많고 시범경기 경기력이 안정적이었던 최승용을 4선발, 김동주를 5선발로 기용하기로 결정했다. 최승용은 4월 5경기 1승 2패 평균자책점 6.17, 김동주는 4경기 1승 1패 평균자책점 2.14로 나름의 몫을 다하며 딜런 공백을 최소화했다.
시간이 흘러 마침내 딜런의 KBO리그 데뷔전이 잡혔다. 4월 27일 KIA와의 퓨처스리그 경기서 4이닝 무실점으로 최종 점검을 마친 그는 오는 4일 잠실 한화전에서 첫 등판을 갖는다. 이로 인해 선발투수 1명의 보직 변경이 불가피했고, 이 감독은 장고 끝 5선발 김동주를 남기고, 4선발 최승용을 3일부터 불펜 전환시키기로 결정했다.
이 감독은 “최승용이 부진해서 불펜 대기하는 게 아니다. 최승용은 선발과 구원을 다 해본 선수라 현 상황에서 불펜에 훨씬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라며 “물론 김동주가 불펜으로 갈 수도 있지만 김동주가 갔을 때 최승용만큼 경쟁력을 보여줄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김동주는 선발 위주로 준비를 했던 선수다. 반대로 최승용은 선발, 불펜 둘 다 경험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승용은 2021년 데뷔와 함께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1군 경험을 쌓았다. 그 동안 선발로 22경기 2승 7패 평균자책점 5.79, 구원으로 46경기 2승 2패 7홀드 평균자책점 4.15를 남겼다. 반면 최승용의 입단 동기인 김동주는 1군 통산 14경기 출전이 전부다. 선발로 4경기 1승 1패 평균자책점 2.14, 구원에서 10경기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7.56을 기록. 두산 불펜에 좌완투수가 이병헌 1명뿐이라는 부분도 최승용의 보직 변경에 영향을 끼쳤다.
물론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불펜행 통보로 한 달 동안 로테이션을 소화하던 투수의 사기가 행여나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이 감독은 “사실 조금 아깝다. 선발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에 선수 입장에서 의기소침할 수 있다”라며 “그러나 조금 전에 말씀드렸듯 부진해서 빠진 게 아니다. 좌완으로서 상대를 막을 수 있고. 능력을 불펜에서 십분 발휘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내린 결정이다. 선수가 잘 이해해줬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남겼다.
최승용은 3일 잠실 한화전부터 이병헌과 함께 두산 뒷문의 좌완 듀오로 활약할 전망이다. 사령탑의 신뢰는 두텁다. 이 감독은 “최승용은 지난해 선발과 구원 겸했던 선수다. 1이닝 정도는 확실하게 막아줄 것”이라고 믿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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