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LG 감독은 4월 마지막 경기를 치르며 “타선이 버텨낸 달이다.”고 말했다. 4월에 부상자도 많았는데, 선수들이 1경기 1경기 집중해서 4월 목표는 이뤘다고 했다.
4월 LG의 공격력은 뜨거웠다. 팀 타율은 2할9푼9리였다. 출루율 .390과 장타율 .407 그리고 OPS는 .797이었다. 4개 부문 모두 리그 1위다. 리그 평균 타율은 2할5푼6리, 평균 OPS는 .693이었다.
그러나 까먹는 요인도 있었다. ‘뛰는 야구’를 표방하며 4월 한 달 동안 26경기에서 64차례 도루를 시도했다. 39개 성공, 25개 실패로 도루 성공률은 60.9%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 주루사가 21개, 견제사 4개까지 있다. 누상에서 아웃되는 카운트가 많다.
지난 30일 잠실 KIA-LG전. 0-1로 뒤진 2회 문보경의 볼넷, 김민성의 안타, 박동원의 안타로 1-1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박해민 타석. 최근 10경기 타율이 3할8푼9리(36타수 14안타)로 뜨거운 타자다. 게다가 상대 투수는 3연속 출루를 허용하며 흔들렸다.
그런데 박해민은 희생 번트를 댔다. 벤치 작전이었다. 1사 2,3루를 만들어 1~2번 타순에서 안타 하나로 최소 2점은 더 뽑겠다는 의도로 보였다. 이후 홍창기의 중견수 희생플라이, 문성주는 포수 파울플라이로 1점에 그쳤다. 벤치의 작전 의도대로 결과는 따라오지 않았다.
6회 선두타자 박동원이 좌선상 2루타를 치고 출루하자, 박동원을 빼고 대주자 신민재를 투입했다. 3-4로 뒤진 상황이었다. 무사 2루에서 박해민에게 희생 번트 작전을 냈다. 하지만 번트 타구가 포수 앞으로 떴고, 포수가 잡고서 2루로 던져 2루 주자까지 병살로 처리했다. 졸지에 2아웃이 됐고, 득점권 주자는 사라졌다.
2사 후 홍창기, 문성주의 연속 안타가 터졌고 김현수가 볼넷을 골랐다. 2사 만루에서 오스틴이 우중간 안타를 때려 2타점을 기록했다. 작전 실패 후 타자들이 팀 타율 1위의 저력을 보이며 5-4로 뒤집었다.
벤치에서 승부처라고 판단해서 작전을 지시하겠지만, 작전 개입이 잦다. 염 감독은 평소 ‘7회 이후는 감독의 몫이다’는 말을 했다. 1회부터 6회까지는 선수들이 알아서 풀어가고, 7회 이후는 감독이 작전, 불펜 운영 등으로 경기에 크게 영향을 끼친다는 의미다.
그런데 요즘 LG 야구는 경기 초반에 도루, 번트 등 다양한 작전 주문이 나온다. 번트로 아웃카운트를 헌납하는 대신 타격 기회를 주며 강공으로 대량 득점을 노려볼 수 있다. 팀 타율 1위인 LG 타선은 테이블세터(.287), 중심타선(.323), 하위타선(.286) 모두 고른 활약을 하고 있다. 번트가 좋은 타격감의 억제기가 될 수도 있다.
염 감독은 도루 실패와 견제사 등 부작용도 있지만, 도루 효과가 크다고 주장한다. 도루 때문에 진 경기는 아직 없다고도 했다. ‘뛰는 야구’와 도루 효과가 분명 있기는 있을 것이다.
LG를 상대하는 투수들은 주자를 신경 쓰면서 타자와의 승부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는 없다. 배터리는 볼배합을 하면서 유인구 대신 버리는 공 혹은 피치 아웃으로 주자를 견제한다. 투수들의 투구 수가 늘어나기도 한다. 수비수들이 부담, 압박을 느낄 것이다.
주자가 있을 때 타자들이 반사 효과를 얻는다고 한다. 한 달 동안 LG 타자들은 주자가 있을 때 타율 3할1푼4리를 기록했다. 리그 1위다. 그런데 주자가 없을 때도 타율 2할8푼3리로 낮지 않다. 리그 1위다.
LG는 불펜이 헐거워졌다. 경기 중반 1점 싸움이 반복되면서 필승조 등판이 잦다. 마무리 고우석이 또 부상으로 이탈했다. 블론세이브는 8개로 10개팀 중 가장 많다. 번트, 도루로 1점이 아닌 대량 득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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