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화 배운대로…" 심판에게 인사→사구 후 사과, 예절까지 갖춘 KBO 폭격 외인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3.05.02 08: 00

KBO리그를 폭격 중인 NC 외국인 투수 에릭 페디(30)는 매 경기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모자를 벗는다. 주심을 맡은 심판에게 허리 숙여 공손하게 인사를 하면서 공을 받는다. 
지난달 30일 대전 한화전에선 사구 후 타자에게 사과도 했다. 2회 한화 타자 최재훈에게 몸에 맞는 볼을 던진 뒤였다. KBO리그 데뷔 이후 첫 사구를 기록한 페디는 1루로 가는 최재훈을 바라보며 고개 숙여 사과 의사를 표시했다. 
미국에 비해 선후배 관계가 엄격한 한국은 그라운드에서도 예의범절을 지키는 문화가 뿌리 깊게 박혀있다. 구단들은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이와 관련한 교육을 하곤 하지만 문화를 따르는 것은 선수의 몫이다. 한국 문화를 존중하며 따라하는 외국인 선수의 모습이 더는 낯설지 않은데 페디도 그런 선수 중 하나다. 

1회말 NC 선발 페디가 경기 전 심판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2023.04.19 /cej@osen.co.kr

페디는 “로마에 가면 로마 법을 따라야 한다. 한국에 온 만큼 이곳의 문화를 존중하며 배우고 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야구장에서 하면 좋은 행동들을 배운대로 한 것이다”고 말했다. 취재진에게도 “감사합니다”, “반가워요”라는 한국말을 할 만큼 문화에 녹아들기 위해 노력한다. 
NC 에릭 페디. 2023.04.01 / foto0307@osen.co.kr
한국식 예절을 잘 지키는 페디의 모습은 그가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 풀타임 5선발로 활약한 ‘거물’이라 더 눈에 띈다. 지난 2014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8순위로 워싱턴 내셔널스에 지명된 특급 유망주 출신으로 지난해에도 메이저리그 27경기(127이닝) 모두 선발로 나섰다. 
리빌딩 팀의 5선발로 6승13패 평균자책점 5.81로 성적이 아쉽긴 했지만 FA 자격을 얻어 바로 한국에 올 줄은 몰랐다. 지난해 12월 KBO 신규 외국인 선수 상한액 100만 달러에 NC와 계약한 페디는 ‘현역 빅리거’다운 클래스로 개막 한 달 만에 KBO리그 최고 투수로 떠올랐다. 
6경기에서 38이닝을 던지며 4승1패 평균자책점 0.47 탈삼진 48개 WHIP 0.89로 압도적인 투구를 하고 있다. 평균자책점 1위, 다승 공동 1위, 탈삼진·이닝 2위, WHIP 3위. KBO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 기준 WAR도 2.12로 투타 통틀어 전체 1위에 빛난다. 
NC 에릭 페디. 2023.04.19 /cej@osen.co.kr
평균 148km 투심에 커터로 무수한 땅볼을 유도하며 우타자에겐 바깥으로 휘는 스위퍼, 좌타자에겐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쓴다. 변화구의 완성도가 높고, 커맨드가 워낙 좋은 데다 투구 템포도 발라 타자들이 공략하기 어려운 난공불락의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4월 개막 한 달을 지배한 페디는 “이보다 더 좋은 시작은 없을 것 같다. 비시즌 때부터 준비를 잘했고, 내가 갖고 있는 4가지 구종을 매 경기마다 포수 박세혁 사인대로 던진 덕분이다. NC 구단에서도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어 한국 생활에 있어서도 어려움 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NC 에릭 페디. 2023.04.13 /cej@osen.co.kr
너무 잘하다 보니 벌써부터 내년에 다시 메이저리그에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그런 얘기를 많이 듣는다”며 웃은 페디는 “지금은 다음 경기를 준비하면서 현재에 집중하고 있다. 지금 성적에 자만하지 않겠다. 더 잘하려고 하는 것보다 지금 페이스를 잘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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