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가 포기했던 MVP 출신 거포 코디 벨린저(28)가 시카고 컵스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지금 페이스라면 ‘FA 대박’도 꿈이 아니다.
벨린저는 지난 1일(이하 한국시간) 마이애미 말린스전에서 6회 3-3 동점을 만드는 우중월 솔로포로 시즌 7호 홈런을 기록했다. 4회 희생플라이 포함 2타점을 올린 벨린저는 현지 시간으로 4월 개막 한 달을 기분 좋게 마쳤다.
4월 24경기에서 벨린저는 타율 2할9푼7리(91타수 27안타) 7홈런 18타점 10볼넷 17삼진 출루율 .371 장타율 .604 OPS .976을 기록했다. 내셔널리그 장타율 5위, 홈런·OPS 6위. 3~4월 개막 한 달간 홈런 7개, OPS .975 이상 기록한 컵스 역대 9번째 타자가 되며 지난 3년과 달리 성공적인 스타트를 끊었다.
‘MLB.com’에 따르면 데이비드 로스 컵스 감독은 “벨린저가 좋은 출발을 해서 기쁘다. 시즌 전체로 보면 부침이 있을 때도 있겠지만 출발이 좋으면 정신적인 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다”며 “벨린저가 계속해서 좋은 타격을 보여준다면 우리 팀 성공의 이유가 될 것이다”고 기대했다.
지난 2017년 LA 다저스에서 데뷔하자마자 39홈런을 터뜨리며 내셔널리그 신인상을 받은 벨린저는 2019년 타율 3할5리 47홈런 115타점 OPS 1.035로 최고 시즌을 보내며 MVP까지 받았다. 24세 젊은 나이에 리그 최고 타자가 되면서 꽃길이 열리는 듯했다.
하지만 2020년부터 급격한 내리막길이 시작됐다. 특히 2020년 월드시리즈 때 홈런 세리머니를 하다 어깨 탈구 부상을 입은 뒤 수술을 했고, 2021년에는 왼쪽 정강이 골절, 왼쪽 햄스트링 긴장, 갈비뼈 골절 등 끊이지 않는 부상으로 고생했다.
그러나 별다른 부상이 없었던 지난해에도 95경기 타율 2할1푼 19홈런 68타점 OPS .654로 반등하지 못했다. 포스트시즌에서 9번 타자로 나서다가 선발에서 제외되기까지 했다. 결국 시즌 후 다저스에서 논텐더로 방출을 당했다.
컵스와 1년 1750만 달러에 계약하며 유니폼을 갈아입은 벨린저에겐 새로운 환경이 열렸다. 팀을 바꾸면서 기분 전환이 됐고, 올해부터 수비 시프트 규제로 리그 환경이 바뀐 것도 좌타자 벨린저에겐 호재였다.
다저스 마이너리그 시절 함께한 더스틴 켈리 컵스 타격코치와 재회도 빼놓을 수 없다. 켈리 코치와 함께 벨린저는 하반신과 손 위치를 바꿔 스윙을 조정하면서 ‘단순함’을 강조하는 작업을 반복했다. 그 결과 전년 대비 삼진율(27.3%→16.2%)이 눈에 띄게 줄었고, 좌투수 상대 타율(.213→.265), OPS(.583→1.081)가 상승했다. 좌투수 상대 홈런이 지난 3년간 339타석에서 6개에 불과했는데 올해는 40타석에 벌써 4개를 터뜨렸다.
다저스에서 방출된 뒤 다년 계약 오퍼도 있었지만 벨린저는 1년 계약 승부수를 택했다. 올해 반드시 부활하겠다는 의지이자 자신감이었다. 지금 페이스라면 시즌 후 대형 FA 계약도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 하지만 벨린저는 “매일 새로운 날이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좋든 나쁘든 다음날이 가장 중요하다”며 들뜨지 않고 남은 시즌 꾸준한 활약을 강조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