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직한 아마추어(고교) 야구 지도자상(像)은?
이런 물음에 한마디로 딱 잘라 답변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애오라지 성적에만 목을 매고 물불 가리지 않고 선수들을 닦달하고 다그치는 감독이 훌륭한 지도자라고 할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고교야구는 선수들의 중요한 성장 과정의 한마당이고, 진학이든, 프로 진출이든 진로를 선택하고 결정짓는 시기이다. 선수들은 예전엔 대학 진학이 가장 큰 목표였으나 이제는 프로 진출이 우선이다. 그에 따라 감독은 야구의 기본기를 가르치는 것 말고도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인성 지도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마땅하다.
현실은 어떠한가. 야구 재간은 뛰어나더라도 인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프로 무대로 온 뒤 온갖 되바라진 행동이나 비리를 저지르는 선수가 비일비재한 게 엄연한 사실이다. 그래서 단순히 기능을 쌓는 것보다 올바른 품성을 함께 기르도록 가르치는 것이 감독의 임무일 수도 있다.
고교야구도 어느샌가 감독 연봉이 1억 원대를 훌쩍 넘어섰다. 학교마다 적어도 코치 두 명을 두고 있다. (그네들의 연봉도 4000~5000만 원을 웃돌아 선지 오래다) 동문회 지원이 활발한 학교는 (선수 스카우트나 장학금 지급 등 면에서) 그렇지 못한 학교와 차이가 나지만 학부모의 부담도 커져 회비 포함 한 달에 200만 원가량 들어간다는 게 통설이다. 서울의 고교 가운데는 야구부 전체 선수 수가 60~70명에 이르는 학교도 있다. 그런 학교는 선수들이 경기에 출장하는 것조차도 좁은 문이다.
근년 들어 그런 학교에 비해 왕년의 사립 명문교였던 중앙고나 신일고 같은, 이른바 자율형사립고는 학년별 야구특기생 정원에 제약이 있어 기껏해야 야구부 전체 학생 수가 30명 안팎이다. 제아무리 소수 정예로 야구부를 꾸린다손 치더라도 운동시간 부족 등 성적을 내기에 한계가 있는 구조다.
1910년에 창단한 중앙고 야구부는 110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일제 강점기에는 관립한성고(경기고 전신), 배재, 휘문, 경신 등과 더불어 학생야구의 주축을 이루었다. 한국프로야구 출범 첫해 개막전(1982년 3월 27일) 만루홈런의 주인공인 이종도를 비롯해 숱한 명선수를 배출했으나 자사고가 된 이후에는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해 지난 10년간 프로 진출 선수도 찾아보기 힘들 지경이다.
2022년 9월에 새로 부임한 남인환(48) 감독은 중앙 야구부 중흥의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남 감독은 “모교 야구부 감독을 맡게 돼 영광”이라면서 “(선수들에게는) 땀 흘린 만큼 기회를 주고, 학부모의 부담은 최대한 줄여주는 방향으로 팀을 이끌고 있다”고 전했다.
남인환 감독은 투수 출신으로 성균관대를 나왔다. 1998년 속초상고에서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군 복무(학사 장교) 뒤 성균관대 대학원을 거쳐 2015년 이후 키움 히어로즈 구단에서 8년간 스카우트로 4년, 육성팀에서 4년 등 경험을 쌓았다. 그래서 야구판 흐름과 돌아가는 모양새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남 감독은 자사고 야구부의 애로를 굳이 드러내지 않았다. 그 대신 “핑계대고 싶지 않다. 비록 야구장도 없는 형편이지만 주어진 환경 안에서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식으로 5분, 10분의 훈련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남 감독이 선수들에게 누누이 강조하는 점은 “나만 잘하면 된다”는 이기적인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또 선수들이 다치지 않도록 예방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훈련을 시킨다.
그런 측면에서 그가 동문과 지인의 힘을 빌리고 있는 것이 선수 부상 방지와 치료를 위한 지정병원의 활용이다. 이를테면 서울 시내의 빛울림 한의원이나 참바오로 병원, 아이 준안과 같은 데서 선수들의 검사와 진료를 정례화해서 부상을 최대한 방지하는 것이다. 모교 후원회장의 도움을 받아 피칭머신 두 대를 들여와 선수들의 기술 향상에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남인환 감독의 기본 지도방침은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할 수 있게끔 유도하되 ‘목줄 잡아 억지로 이끌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프로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이) 언젠가는 옷을 벗게 돼 있습니다. 따라서 진학, 진로 지도가 중요합니다.”
남 감독은 야구부 운영을 학부모운영회에 일임해놓았다. 자칫 금전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길을 아예 차단한 것이다. 투명한 운영, 기회의 공평함, 과정의 정당성을 앞세운 지도력으로 학부모의 호응을 얻고 있는 남 감독이 가는 길을 다른 지도자들이 본보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글/ 홍윤표 OSEN 고문
사진/ 남인환 감독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