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기운이 사직으로 모이고 있다. 거짓말처럼 재역전승을 거두면서 13년 만에 단독 1위(20경기 이후 기준)로 올라섰다.
롯데는 3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5-3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롯데는 8연승을 질주했고 단독 1위로도 올라섰다.
지난 2010년 6월 3일부터 12일까지, 8연승을 거둔 뒤 약 13년, 4705일 만에 8연승이다. 아울러 시즌 14승8패 승률 .636으로 이날 두산에 패한 SSG(15승9패, 승률 .625)를 제치고 단독 1위로 올라섰다. 롯데가 20경기 이후 단독 1위로 올라선 것은 지난 2012년 7월 7일(72경기 39승39패3무, 승률 .565) 이후 3949일 만이다.
이날 롯데는 사실 마음을 비우고 경기를 치러도 될 법 했다. 상대는 리그 최강의 에이스 안우진이었다. 그러나 롯데는 이 안우진마저 공략하면서 파죽의 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롯데는 1회부터 기회를 잡아갔다. 1회 무사 1,2루 기회는 놓쳤지만 2회 1사 만루 기회를 만들었고 안권수의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뽑았다.
3회에는 2사 후 집중력을 발휘했다. 2사 후 전준우가 중전 안타를 치고 나갔고 상대 폭투로 2루까지 진루했다. 2사 2루 득점권 기회에서 주장 안치홍이 좌중간을 가르는 적시 2루타를 터뜨리면서 2-0의 리드를 잡았다.
물론 순탄하게 경기가 흘러가지는 않았다. 4회까지 잘 버티던 한현희였지만 힘이 떨어졌을까. 한현희는 5회부터 흔들렸다. 5회 2실점 했고 이후 2-2 동점에 2사 1,2루 상황에서 김진욱에게 공을 넘겼다. 김진욱도 대타 박찬혁에게 적시 2루타를 맞으면서 2-3으로 경기가 뒤집어졌다.
그렇지만 롯데는 포기하지 않았다. 약속의 7회, 2사 1,3루에서 상대 보크로 동점, 렉스의 적시 2루타로 역전, 전준우의 빗맞은 우전 적시타로 5-3까지 달아났고 불펜진이 이를 지켜내면서 8연승과 단독 1위를 완성했다.
경기 후 전준우는 "8연승이 2010년도라고 하더라. 너무 오래 전 일이라서 솔직히 기억은 잘 안난다. 그래도 그때보다 지금이 기분은 더 좋은 것 같다"라고 웃었다. 단독 1위에 오른 것에 대해서도 "감회가 새롭다. 1위를 한다는 것 자체가 그만큼 잘하고 있다는 증거 아니겠나. 팀의 일원으로서 너무 기분 좋다"라고 하면서도 "이제 마침표를 찍은 게 아니다. 앞으로 계속 가야 한다. 좀 더 집중해야한다"라면서 기쁨에 도취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안우진 공략, 그리고 조기 강판에 대해서는 "코치님들이 일일이 선수마다 좋은 코멘트를 해주신다. 워낙 좋은 투수라서 지나가는 한 게임이지만, 그만큼 준비를 많이 했고 많이 도와주셔서 결과가 좋았다"라고 전하면서 "지금 우리 팀 기세가 좋다보니까 안우진 선수도 쉽게 못 들어왔고 우린 팀 선수들 컨디션이 좋아서 좋은 공도 골라내다보니까 고전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일단 오늘 안우진 선수를 빨리 강판시키는 게 목표였다. 아무래도 뒤에 나오는 투수들도 좋은 투수지만 안우진 선수보다는 좀 약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후반에 좋은 기회가 왔다"라고 했다.
동점 보크 상황에 대해서는 만원관중의 힘을 언급했다. 그는 "사실 어안이 벙벙했다. 긴장한 것 같았다. 김동혁 선수가 신인급 선수다 보니까 사인을 착각했을 수도 있는데 어쨌든 저희에게 승운이 왔던 것 같다"라며 "사직은 아무래도 롯데 친화적인 구장이다. 상대 응원단도 조금 밖에 못 온다. 그런 구조라서 기가 눌리지 않았나 생각한다"라고 웃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