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간 주자가 홈으로 들어오는 법을 잊은 것처럼 보였다. KT 위즈가 지독한 득점권 빈타 속 7년 만에 9연패 늪에 빠졌다.
30일 수원 삼성전에 앞서 8연패 수렁에 빠져있었던 KT. 가장 큰 문제는 득점권 빈타였다. 팀 타율(.224)과 득점(27점)이 9위, 득점권타율이 8위(.176)인 반면 병살타(10개)와 잔루(83개)는 1위였다. 이강철 감독은 “집 나간 선수들이 들어오지 않는다. 판은 잘 까는데 점수를 못 낸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에 2년 전 우승 주역이었던 유한준 퓨처스 타격코치를 1군 타격보조코치로 올렸지만 큰 효과는 없어 보였다.
30일 경기도 반전은 없었다. 초반 주도권은 KT의 차지였다. 다만 득점권 빈타로 번번이 찬스가 무산됐다. 1회 선두 홍현빈이 내야안타와 보크로 2루에 도달한 뒤 장성우, 김준태가 연속 볼넷으로 2사 만루를 만들었지만 황재균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4회에는 선두 장성우가 2루타, 김준태가 볼넷으로 무사 1, 2루 밥상을 차렸다. 이후 황재균의 야수선택으로 이어진 2사 1, 3루서 오윤석이 안타성 타구를 날렸지만 3루수 김영웅의 다이빙캐치에 막히며 아쉬움을 삼켰다.
6회 또한 득점권 침묵에 울었다. 선두 알포드와 김준태가 볼넷으로 1사 1, 2루에 위치한 상황. 그러나 황재균이 루킹 삼진, 대타 김민혁이 1루수 땅볼로 또 찬스를 무산시켰다.
KT가 7회 다시 신본기의 볼넷과 강백호의 중전안타로 앞서나갈 기회를 잡았다. 2사 1, 3루서 강백호의 대주자 송민섭이 2루 도루에 성공하며 2, 3루가 됐다. 그러나 알포드가 중견수 뜬공에 그치며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지 못했다.
KT는 정규이닝 마지막 9회 1사 후에도 김상수가 우전안타, 홍현빈이 볼넷으로 1, 2루 밥상을 차렸지만 대타 문상철이 좌익수 뜬공, 알포드가 유격수 땅볼에 그쳤다.
숱한 찬스를 놓친 KT는 0-0이던 연장 10회 1사 후 마무리 김재윤이 오재일에게 뼈아픈 결승 솔로홈런을 헌납하며 0-1로 패했다. 10회 공격 때도 선두 장성우가 안타, 황재균이 볼넷으로 출루했지만 대타 박경수가 삼진, 오윤석이 내야땅볼로 경기를 종료시켰다. 9연패가 확정된 순간이었다.
KT가 9연패에 빠진 건 조범현 감독 시절이었던 2016년 8월 13일 마산 NC전 이후 2451일만이다. 당시는 KT의 1군 입성 2년차로 아직 전력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다. KT는 각종 시행착오를 거듭한 뒤 2021년 마침내 통합우승을 거두며 강팀 반열에 올라섰다. 이번 9연패가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우승 사령탑' 이강철 감독은 2019년 KT 지휘봉을 잡은 뒤 처음으로 9연패를 겪었다. 부임 후 최대 위기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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