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있을 레벨이 아닌 것 같다. 바로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5선발로 풀시즌을 돌았던 NC 외국인 투수 에릭 페디(30)가 차원이 다른 투구로 4월 마지막 날까지 지배력을 보여줬다.
페디는 3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 7이닝 1피안타 2볼넷 1사구 11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NC의 4-1 승리를 이끌었다. NC의 주말 3연전 싹쓸이를 이끌며 시즌 4승(1패)째를 거둔 페디는 평균자책점도 0.58에서 0.47로 더 낮췄다. 이날까지 평균자책점 리그 전체 1위, 다승 공동 1위, 탈삼진 2위(48개).
한화는 이날 페디를 상대로 선발 타자 9명을 모두 오른손으로 배치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우완 투수이지만 좌타자(.130)보다 우타자(.318)에게 피안타율이 높은 '역스플릿' 유형이라는 점을 감안했다. 개막 한 달도 되지 않아 5경기로 많은 표본이 아니긴 하지만 지난해 메이저리그 워싱턴에서도 좌타자(.272)보다 우타자(.313) 피안타율이 높았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이런 데이터를 근거로 파격 라인업을 내세웠다. 전날(29일) 선발 라인업에 들어있던 노수광, 문현빈, 정은원, 장진혁, 이성곤 등 5명의 좌타자들이 이날 경기 선발에서 제외됐다. 외야수 이진영이 2번 타순에 시즌 첫 선발출장했고, 포수 최재훈과 박상언(지명타자)도 동시 출장했다.
그러나 이런 한화의 우타자 도배 작전도 페디에겐 전혀 통하지 않았다. 1회 한화 1번 이원석을 커브로 헛스윙 삼진 잡고 시작한 페디는 7회 1사 후 채은성에게 좌전 안타를 맞기 전까지 노히터 투구로 한화 타선을 압도했다. 9명의 우타자들에게 몸쪽 투심, 바깥쪽 슬라이더로 좌우를 적극 활용했다. 백도어성 커브도 타자들을 얼어붙게 했다.
6회 2사 2루가 유일한 득점권 위기로 이때도 이진영을 바깥쪽 커터로 헛스윙 삼진 돌려세웠다. 총 투구수 101개(스트라이크 66개, 볼 35개)로 커브(40개), 투심(34개), 커터(15개), 체인지업(12개) 순으로 구사했다. 커브로 분류되긴 했지만 요즘 유행하는 스위퍼도 적극 구사했다. 보더라인 근처로 공 하나를 넣고 빼는 커맨드도 안정적이었다. 짧고 간결한 투구폼에 빠른 템포로 한화 타자들에게 생각할 여유조차 주지 않았다.
경기 후 페디는 “야구를 하면서 전원 우타자 라인업 상대는 처음이었다. 상대팀 게임 플랜이었데 (오늘 잘 던졌으니) 다음에는 이렇게 안 나오지 않을까”라며 웃은 뒤 "1회부터 타자들이 득점을 뽑아줘 편안하게 투구할 수 있었다. 스위퍼 구종을 적극 잘 활용하여 상대 타자들과 상대했다. 타자들과 박세혁 포수 덕분에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이어 그는 "4월의 마지막을 잘 끝낼 수 있어 기쁘다. 이보다 더 좋은 마무리가 있나 싶을 정도다. 자만하지 않고 다음 경기, 투구만 생각하겠다. 지금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