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 하고 선수들이 심판의 판정에 분노하고 있다. 평소 침착함을 유지하는 선수들도 참지 못하고 불만을 격하게 표출하고 있다.
29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진 LG와 KIA의 경기. LG 수비진의 불안함과 KIA 황대인의 투런포로 0-4로 KIA에 뒤지고 있던 LG. 오지환은 3회 2사 1루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초구는 헛스윙. 2구째 앤더슨의 강속구가 몸쪽으로 향했고 스크라이크 판정받았다. 스트라이크 판정 직후 오지환은 함지웅 구심에게 억울함을 다소 어필했다. 마지막 삼구째 오지환은 또다시 헛스윙, 삼진아웃 됐다.
삼진으로 물러난 뒤 LG 오지환은 폭발했다. 타석에서 물러난 오지환은 배트를 있는 힘껏 그라운드에 내리쳤고 부서지지 않자 다시 한번 두 손으로 내리쳐 배트를 산산조각 냈다. 부서진 배트는 사방으로 튀었고 손에 남아있던 손잡이마저 집어던졌다. 분이 덜 풀렸는지 헬멧을 벗고는 머리 위로 들어 올렸지만 급히 화를 삭이고 더그아웃으로 이동했다.
오지환이 이렇게까지 격한 분노를 표출한 이유는 무엇일까. 평소 스트라이크존에 쌓인 불만이 터져나온것이라 생각한다. 심판들의 판정이 깔끔하게 받아 들이기에는 의문점이 드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해설위원들조차 의문을 표하는 판정들이 한 경기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고 중계 영상을 통해 보면 명백하게 빠진 공에도 스크라이크 콜을 부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한 경기 같은 심판이 판정을 보지만 선수마다 스트라이크 존 기준이 다르게 적용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사실 오지환뿐만 아니다. 지난 시즌을 통틀어 많은 선수가 스트라이크존에 많은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27일 SSG와의 경기에서도 LG 김현수가 스트라이크 판정에 대해 구심에게 강력하게 항의하며 많은 아쉬움을 드러냈고 지난 시즌 NC 손아섭은 스크라이크 판정에 대해 구심이 아닌 상대 팀 포수인 KT 장성우에게 직접 스크라이크가 맞냐고 물어보며 항의하기도 했다. 또 지난 시즌 한화 하주석이 롯데와의 경기에서 스크라이크 판정에 분노를 표출, 헬멧을 던졌고 헬멧이 더그아웃 상단에 맞고 클레멘츠 코치의 뒷머리를 가격하는 상황이 벌어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러한 선수들의 행위가 정당하다는 것은 아니다. 지난 시즌 하주석이 던진 헬멧은 같은 팀 클레멘츠 코치의 뒷머리를 가격했고 지난 29일 오지환이 부순 배트는 그라운드 사방으로 튀었다. 한참 뒤 LG 코치가 그라운드에 남은 배트 조각을 들고나오기도 했다. 공만 바라보며 몸을 날리는 동료 선수들이 사방으로 튄 배트 조각을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다칠 수도 있다. 더그아웃 쪽으로 집어 던진 배트 손잡이도 잘못 던졌다면 누군가는 맞았을 수도 있다. 판정에 대한 불만은 이해할 수 있으나 조금 더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다.
하지만 선수들의 분노 이전에 심판진도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판정을 내려야 한다. 심판의 판정 하나에 승패가 바뀔 수도 있는 스포츠 게임, 잘못된 판정에 대한 책임도 확실하게 져야한다.
한편 LG는 7회 오지환의 선구안으로 볼넷을 골라내며 득점을 올렸고 오스틴의 2타점 적시타로 추격의 불씨를 피웠지만 경기를 뒤집지 못하고 KIA에 6-3으로 패배했다. 9회 말 2사 1루 마지막 타석에 들어선 오지환은 KIA 장현식의 직구에 헛스윙, 삼진아웃 되며 경기를 마쳤다. 경기 종료 후 오지환은 그라운드에 우두커니 서서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ksl0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