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경기, 1경기 지날수록 부담감이 늘어나는 게 보인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지난 28일 대전 NC전을 마친 뒤 채은성(33)을 따로 불러 대화 시간을 가졌다. 채은성은 지난 26일 사직 롯데전부터 3경기(11타수) 연속 무안타로 침묵하며 삼진만 6개를 당하며 주춤했다. 채은성이 심적으로 부담을 느끼는 게 수베로 감독 눈에 보였다.
지난겨울 14년 몸담은 LG를 떠나 한화와 6년 최대 90억원에 계약한 채은성은 올 시즌 초반 KBO리그 최고의 FA 모범생으로 떠올랐다. 지난 23일까지 시즌 첫 19경기에서 타율 3할7푼3리(75타수 28안타) 4홈런 19타점 OPS 1.022로 활약하며 리그에서 손꼽히는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채은성의 맹타가 팀 승리로 이어지지 않았다. 외국인 타자 브라이언 오그레디가 극심한 타격 부진 끝에 지난 23일 2군으로 내려갔고, 채은성을 뒷받침할 만한 타자가 없었다. 타선 전체로 봐도 3번 노시환, 4번 채은성이 아니면 득점을 기대하기 어렵다. 팀 타율(.222), 홈런(9개), OPS(.605) 등 타격 주요 지표가 모두 리그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채은성이 잘 쳐도 이기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개막 후 3주 동안 활화산 같이 타올랐지만 타격 사이클상 한번 떨어질 타이밍이 왔다. 기계가 아닌 이상 타자가 매일 계속 잘 칠 순 없는 노릇. 다만 최하위로 처지고, 타선이 꽉 막힌 팀 사정상 채은성이 쉬어갈 여유가 없었다.
수베로 감독은 “채은성이 그동안 뛰었던 팀과 다른 환경에 있다. LG는 상하위 가릴 것 없이 타선이 탄탄한 팀이다. 그런 팀의 일원으로 야구를 해왔던 것과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FA 계약을 하고 나서 팬들부터 구단 내부에서도 단기간에 팀을 구원해줄 선수로 채은성을 기대했다. 그만큼 선수도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아무리 경험 많은 베테랑이라도 압박을 안 느낄 수 없는 상황이다.
혹시라도 채은성의 멘탈이 붕괴될까 우려한 수베로 감독은 면담을 통해 부담을 덜어주고자 했다. 그는 “1경기, 1경기 지날수록 채은성의 부담이 늘어나는 게 눈에 보인다. 국적을 불문하고 이런 상황에 처한 선수들을 많이 봐왔다. 웨이트 기구를 들 때도 무게를 계속 추가하면 결국 못 버틴다. (채은성에게) 번아웃이 오기 전에 끊어주고 싶어 대화했다. 야구는 팀 스포츠이고, 채은성도 이런 과정을 통해 배우는 게 있다고 하더라. 조금만 부담을 덜고 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29일 NC전에서 채은성은 4타수 1안타로 침묵을 깼다. 2회 우익수 뜬공, 4회 2루수 직선타로 아웃되긴 했지만 우측으로 밀어친 타구의 질은 날카로웠다. 결국 9회 무사 1루 마지막 타석에 유격수 옆을 꿰뚫는 강한 타구로 좌전 안타를 치며 15타석(14타수 1사구) 무안타를 끊었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서도 한화는 졌다. 채은성의 안타로 무사 1,3루 찬스가 연결됐지만 정은원의 2루수 앞 병살타로 1점을 내는 데 그쳤다. 2-3 패배. 시즌 첫 4연패를 당한 한화는 6승16패1무가 됐다. 4월 개막 한 달 만에 승패 마진이 벌써 ‘-10’까지 떨어졌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