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약과 방출의 기로에서 이승엽 감독의 구원의 손길을 받은 신성현(33·두산)이 큰 반전 없이 2군행을 통보받았다.
두산 베어스는 지난 29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원정경기에 앞서 신성현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하고 강진성을 새롭게 등록했다.
개막 이후 약 한 달 만에 신성현을 2군으로 내린 이승엽 감독.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까. 이 감독은 “물론 신성현에게 많은 기회를 주지 못했다. 또 가끔씩 나와서 잘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도 잘해줘야 계속 함께 갈 수 있다”라며 “2군에서 묵묵히 좋은 페이스를 유지하는 선수들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컨디션이 안 좋으면 좋은 선수에게 기회를 주는 게 당연하다”라고 설명했다.
일본야구,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 등을 거친 신성현은 2015년 한화 육성선수로 KBO리그의 일원이 됐다. 이후 2017년 트레이드를 통해 두산과 인연을 맺었지만 좀처럼 잠재력을 터트리지 못하며 ‘만년 유망주’, ‘미완의 장타자’라는 꼬리표를 늘 달고 다녔다. 매년 타율이 1할대에 머물렀고, 지난해의 경우 17경기 타율이 8푼7리에 그치며 현역 생활이 위태롭기도 했다.
작년 10월 두산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 감독은 재계약의 갈림길에 선 신성현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신성현과 면담을 진행한 뒤 “그만두더라도 납득하고 그만두라고 했다. 등 떠밀려서 그만두면 평생 후회한다”라며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경기를 하면 의외로 집중력이 생기고 더 좋아질 수 있다. 그래서 해보라고 했다. 어떤 활약을 할지 모르겠지만 더 보고 싶다”라고 현역 연장을 허락했다.
선수의 재능을 높이 평가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감독은 당시 “신성현은 워낙 좋은 걸 갖고 있는 선수다. 체력도 타고났고, 힘도 좋다”라며 “한화 시절부터 보면 늘 갖고 있는 것보다 성적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함께 연습을 해보니 조금만 변화를 주면 좋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재료를 잘 써야한다”라고 설명했다.
신성현은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1군 스프링캠프로 향해 그 어느 때보다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늘 그랬듯 성실한 훈련 태도를 바탕으로 재기를 향한 기대감을 키웠고, 이는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와 시범경기 활약으로 이어졌다. 신성현의 시범경기 성적은 9경기 타율 3할8푼9리 1홈런 2타점 장타율 .722에 달했다.
그러나 봄의 기세가 정규시즌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사령탑의 말대로 출전 기회가 적은 게 사실이었지만 교체로 밟은 타석에서 인상적인 타격을 선보이지 못했다. 신성현은 28일 인천 SSG전에 선발로 나서 3타수 무안타 1삼진에 그쳤고, 결국 이튿날 시즌 첫 2군행 통보를 받았다.
신성현의 시즌 성적은 12경기 타율 8푼3리 1득점. 이승엽 감독의 믿음에도 재기는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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