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53승 커리어를 갖춘 드류 루친스키(35)에게 ‘역수출 신화’는 허락되지 않는 것일까.
2019년부터 NC 다이노스에서 4시즌 동안 활약하면서 통산 121경기 53승 36패 평균자책점 3.06의 성적을 기록하면서 리그를 지배했던 루친스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2014년부터 4년 간 뛰면서 41경기(1선발) 4승4패 평균자책점 5.33을 기록하는 등 인상적이지 않았던 투수였다. 불펜 투수로서 커리어를 쌓아왔다. 하지만 한국 무대에서 성장을 거듭했다. 구속이 상승했고 구종도 늘어났으며 제구도 완벽해졌다.
이러한 KBO리그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루친스키는 NC의 재계약 제의를 뿌리치고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 그리고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1+1년 총액 8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앞서 KBO리그에서 활약하다가 메이저리그 무대로 ‘유턴’한 선수들과 비교해서 계약 규모는 차이가 있었다. 아무래도 만 35세의 나이가 메이저리그 구단들에게는 위험부담으로 작용했고 실제로 루친스키와 계약 당시에도 루친스키의 적지 않은 나이가 역수출 신화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결국 루친스키는 스프링캠프에서 햄스트링 부상으로 개막 로테이션에 합류하지 못했다. 그리고 2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콜리세움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와의 경기에서 루친스키의 복귀전이 펼쳐졌다. 루친스키의 메이저리그 등판은 2018년 9월30일 뉴욕 메츠전 이후 약 5년 만이었다. 선발 등판은 2015년 4월15일 이후 약 8년 만이었다.
하지만 루친스키는 난타 당했다. 1회부터 실점했고 2회에도 추가 실점했다. 수비 실책 등 야수들의 도움을 받지는 못했지만 이를 제대로 넘기지 못했다. 꾸역꾸역 6회까지 버텨보려고 했지만 루친스키는 6회를 채우지 못했다. 감격의 복귀전이었지만 결국 웃지 못했다. 5⅔이닝 11피안타(1홈런) 1볼넷 1탈삼진 5실점(3자책)을 기록하고 강판됐다.
단순히 KBO리그 무대와 메이저리그의 레벨 차이의 문제였을까. 내용을 들여다 보면 그게 아니었다. 루친스키를 향한 우려가 고스란히 드러난 경기였다.
‘베이스볼서번트’에 의하면 이날 루친스키는 포심 33개, 슬라이더 22개, 싱커 20개, 체인지업 8개, 커브 6개를 구사했다. KBO리그 시절처럼 다양한 구종을 구사했다. 그런데 구속에서 큰 차이가 있었다. 1년 사이 구속이 폭락했다.
이날 루친스키의 포심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90.5마일(145.6km), 평균 구속은 88.9마일(143.1km)에 불과했다. ‘스포츠투아이’가 제공하는 투구추적시스템(PTS)에 의하면 루친스키의 지난해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8.7km였다. 약 6km 가량이 폭락한 셈이다. 부상 이후 첫 등판이었기에 온전한 구속이 나오지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많은 나이에 메이저리그 유턴을 한 루친스키를 향한 우려의 지점이 구속으로 나타났다. 과연 KBO리그 에이스 출신의 역수출 신화는 멀어지는 것일까. 루친스키의 다음 등판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jhrae@osen.co.kr